아베, 과거사 언급 없이 자위대 역할 확대 시사 현직 각료 4명은 4년만에 야스쿠니 집단 참배
동아일보
입력 2020-08-17 03:002020년 8월 17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광복절 경축사]
8·15추도식 ‘적극적 평화주의’ 발언… 아베, 8년 연속 신사에 공물 보내
참배 각료 “한-중 문제 삼을일 아냐”… 日王은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
행진하는 日 우익단체 15일 일본 도쿄에서 일제강점기 군복과 깃발을 든 우익 시민단체 회원들이 야스쿠니신사로 행진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태평양전쟁 패전 75주년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의 안보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뜻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했다. 도쿄=AP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우경화로 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5일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종전) 75주년에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역사’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뜻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언급했다. 추도사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한 것은 처음이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는 2012년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최다인 현직 각료 4명이 참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3분간의 추도사 끝부분에 “일본은 일관되게 평화를 중시하며 걸어왔고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 아래 국제사회와 손잡으며 세계의 다양한 과제에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2013년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헌법 해석 변경에 의욕을 보이면서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표면적으로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 기여한다는 의미이지만 실제로는 자위대 역할 확대의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2015년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외교안보법제가 통과된 후 아베 총리는 매년 1월 시정연설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했다. 일본 내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일본이 적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도입을 서두르는 시점에서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면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 위에서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을 표명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의 추도사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일부 용인, ‘무기 수출 3원칙’ 폐지 등이 그간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명목하에 진행돼 왔음을 생각하면 위태로움을 금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도 “일본의 입헌주의, 평화주의를 위협하는 아베 총리와 집권 여당의 움직임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야스쿠니신사에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영토담당상 등이 참배했다. 현직 각료가 패전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4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8년 연속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를 공물로 보냈다.
각료들은 참배에 대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에토 영토담당상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 우려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몰자 추도 방식은) 한국, 중국에서 중국이나 한국에서 들을 일이 아니다. 그런 질문이 비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25년 전 일본의 침략 전쟁을 사죄하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담화 25주년을 맞아 “침략 전쟁, 식민지 지배 등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이 나라(일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라며 아베 정부의 역사관을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