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앵커에게 “목화 따라” 막말…美 ABC뉴스 부사장 해고돼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21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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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력 언론사인 ABC뉴스의 선임 부사장 바버라 페디다가 흑인 앵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사실이 공개돼 20년간 근무한 회사에서 해고됐다.

그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해고될 때까지 ABC뉴스 인사와 채용, 사업 등을 총괄하면서 사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임원 중 한명으로 승승장구했다.

20일(현지시간) A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ABC뉴스를 감독하는 피터 라이스 월트디즈니텔레비전 회장 겸 디즈니 미디어 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이날 ABC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페디다가 용납할 수 없는 인종적으로 몰이해한 말과 거친 태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페디다를 해고했다고 공지했다. ABC뉴스는 월트디즈니컴퍼니 자회사다.

라이스 회장은 “페디다가 (1989년 입사한 이래) 지난 20년간 ABC뉴스에 기여해왔다”면서도 “전반적인 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우리는 그가 더이상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없고, ABC뉴스에 복귀할 수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ABC뉴스는 이르면 이번 주 사내 다양성 강화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페디다에게 과도하게 집중됐던 인사와 채용, 사업 등 업무도 재조정된다.

페디다는 ABC뉴스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의 흑인 여성 앵커 로빈 로버츠와 지난 2018년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목화 따라’고 발언하는 등 수차례 인종차별 또는 불쾌한 발언을 한 사실이 지난달 13일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알려지면서 정직됐다.

디즈니는 페디다를 정직 처분한 뒤 외부 법무법인을 고용해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20일 페디다의 해고 등을 골자로 한 결과를 발표했다.

허핑턴포스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페디다가 인종차별 등을 이유로 12차례 이상 고발을 당했고 ABC뉴스가 고소인에게 합의금조로 수백만달러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페디다의 인종차별 등에 지친 직원 다수가 ABC뉴스를 떠났지만 페디다는 사장인 제임스 골드스턴의 대리인 역할을 하면서 승승장구했다고도 했다.

페디다는 디즈니의 해고 발표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앞서 변호사를 통해 허핑턴포스트에 보낸 입장문에서 “나는 ABC뉴스에서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며 “유능한 유색인종 언론인을 고용하고, 지원하고, 홍보해온 지난 수십년간 경력이 자랑스럽다. 가슴 아프고 믿을 수 없는 증거와 달리 이는 잘 기록되고 부인할 수 없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라이스 회장도 20일 전자우편에서 “허핑턴포스트 보도와 달리 자체 조사 결과, 페디다가 여러 차례 고발됐고 ABC뉴스가 페디다와 관련한 비밀 합의에 수백만달러를 지출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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