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MIT, 트럼프 행정부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 반발 소송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8일 2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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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이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올 가을학기에 온라인 수업만 진행하는 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CE 홈페이지 캡처)© 뉴스1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이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올 가을학기에 온라인 수업만 진행하는 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CE 홈페이지 캡처)© 뉴스1
미국 명문 사학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올해 가을학기에 온라인 수업만 받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공언해 큰 파장을 불렀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두 대학은 “이 행정명령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근거가 없으며 미리 공지되지도 않았다”며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외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를 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소송을 보스턴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미 국무부는 7일 성명에서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경우 계속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학업을 계속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수업만 받는 유학생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속한 경제 정상화를 위해 각급 학교가 오프라인 개학을 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그는 이날 “일부 인사들은 정치적 이유로 학교를 계속 폐쇄하길 원하지만 우리는 학교를 열기 위해 주지사들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유학생들을 인질 삼아 대학들의 목줄을 조여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로렌스 바코우 하버드대 학장은 8일 “무모함으로밖에 설명될 수 없는 수준의 잔인함”이라며 “이번 가을학기에 학생이나 강사들의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고려는 없이 일단 오프라인 개강을 하도록 대학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학들은 소송을 비롯해 유학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인 유학생들에 따르면 일부 미국 대학들은 ‘가을 학기에 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공지하면서 학생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 온라인 수업을 강행해 유학생이 대거 본국으로 돌아가면 막대한 수업료 손실을 봐야 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에는 “유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받더라도 가을학기를 미국에서 마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8일 오후(한국 시간) 현재 동의 건수는 10만 건을 돌파했다. 민간 온라인 청원사이트 ‘Change.org’에도 비슷한 청원이 올라와 20만 건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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