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이번엔 ‘세금유용 만찬’ 의혹…‘외교행사에 외교관은 14%뿐’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21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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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BC, '매디슨 만찬' 참석자 500명 명단 입수·분석
갑질·보복경질 이어 세금유용 의혹까지
국무부 외교·영사 서비스 비상 예산서 사용
부인이 초청자 명단 관리…정보 유출·활용 우려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외교 목적의 정기적인 만찬 행사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행사로 활용하고 세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갑질 의혹과 보복경질 의혹에 이어 세금 유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20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018년 국무장관으로 부임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 3월까지 24차례에 걸쳐 ‘매디슨 만찬’을 개최했는데 업무 관련성이 있는 외교관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매디슨 만찬’은 미국의 4대 대통령이자 5대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디슨 전 대통령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외교관을 초청해 의견을 교환하던 것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러나 NBC뉴스는 지난해 말까지의 주요 참석자 500명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대부분은 정치인과 기업, 언론인 등으로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또는 사적 이익을 위해 세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명단에는 초청인사 이름과 직함, 배우자, 초대 및 수락 날짜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에 따르면 참석자의 29%는 기업인, 25%는 언론인 또는 연예계 인사, 30%는 정치인 또는 정부 관료였으며 외교관 및 외국 관료는 14%에 불과했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모두 보수 성향이거나 공화당원들이었다.

해외 외교관은 유럽과 중동 국가가 3분의 2를 차지했고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는 적은 수의 대사들만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

정계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와 공화당 주역 위주로 이뤄져 있으며 언론 역시 39%가 폭스뉴스 출신일 정도로 보수 성향 편향을 보였다.

NBC는 참석자의 대부분은 동맹국 외교관, 상원의원, 저명한 역사학자 등으로 외교정책에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컨트리 가수 레바 매킨타이어,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 전미자동차경주대회(NASCAR) 카레이서 출신 데일 언하트 주니어 등은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 부인 수전의 지나친 개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전은 이 만찬행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데 그가 국무부 관리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초청객 리스트와 날짜, 메뉴 등도 정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초청 과정에서 국무부가 수집한 모든 정보와 초청객 이름 및 연락처 등을 수전의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현재 캔자스 상원의원 출마 계획을 접었지만, 그가 추후 공직에 출마할 경우 이 정보가 활용될 수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실제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종종 언급되고 있다.

비용은 ‘K펀드’로 알려진 국무부의 외교·영사 서비스 비상 예산에서 지급됐다. 이 예산은 외교정책 목표 실현을 위해 인가 활동 뿐만 아니라 대외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밀·비상상황에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출 내역은 분기마다 의회에 보고되는데, 이 때문에 전현직 관리들은 행사에 상당 수의 외국 고위 인사나 관리들이 참석하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행사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조금씩 낮아지던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려에 대한 탄핵 심리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의 미팅을 뛰쳐나온 지난해 5월에도 열렸다.

보통 오후 6시께 시작해 3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대화는 비공식적이고 구체적인 주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질한 국무부 감찰관 스티브 리닉이 ‘매디슨 만찬’을 조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소식통은 리닉 감찰관이 해임되기 전인 지난주 의전실에서 어떤 형태의 조사를 했으며 이 사실을 장관실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국무부 관리는 부서 법률고문에게 이 행사는 외교 정책과 관련된 것이어야만 한다며 우려를 제기했고, 의회에서도 여러 위원회가 이 만찬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부 고위 관리는 NBC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중 어떤 것이라도 알았다면 몇 달 전 폼페이오 장관을 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은 “장관이 외교정책 목적이 거의 없는 국내 중심의 대규모 정치집회를 개최하기 위해 세금을 사용했다면 우려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 만찬은 국무부 임무와 국가가 직면한 복잡한 외교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세계적인 기회”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미국과 세계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사상가와 각계 지도자들이 모인 만찬 행사”라며 “장관은 매디슨 만찬이 국무장관으로서의 임무 수행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계속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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