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APEC 정상회의 취소…올해 개최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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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31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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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가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겨우 보름 남짓 앞둔 가운데 개최를 취소했다. APEC 정상회의가 취소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갑자기 다른 장소를 지정해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 올해 안에 APEC 정상회의가 진행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APEC 사무국은 30일(현지시간) 칠레의 발표 이후 대체 장소에 대한 언급 없이 “칠레의 결정을 지지한다”며 “내년 회의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다”고만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7월 2020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었다.

지난 1993년 이후 매년 11월 열리고 있는 APEC 정상회의는 미주·아시아·오세아니아 등에서 2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비공식 회의다. 경제협력과 자유무역, 지속가능한 개발, 기후변화 문제 등을 논의하는 느슨한 포럼 형태로 진행된다.

올해 2019 APEC 정상회의는 제27회째로, 다음 달 16~17일 이틀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APEC 정상회의 참석이 예정돼 있었고 주요 참석국들과 양자 회담을 조율 중이었다.

또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갖고 1단계 미중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APEC 회의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혼란이 불가피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APEC 정상회의 재개최보다 현실적으로 알래스카나 하와이 같은 미국령 도시에서 미중정상회담을 열 것을 제안하려고 검토 중이다. 중국은 마카오로 대체 회담 장소로 미국에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언제쯤 회담이 성사될 지는 알 수 없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 “현재로서는 APEC이 칠레에서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대체 부지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다른 장소에 대한 잠재적인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여전히 같은 기간 내에 1단계 무역협정을 마무리 짓기를 고대한다”며 “발표가 있을 때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협상 타결에 대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까운 시일 안에 미중정상회담 일정을 잡는 것 또한 까다로울 것으로 진단했다. 양국 간 안보와 경제, 무역 문제에 대한 이견이 커진 터라 이를 조율하기도 쉽지 않고 따라서 정상회담을 여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 애초 APEC 정상회의가 1단계 무역협정 장소로 낙점된 것은 다른 나라 정상들과 함께 참석하는 것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서였다.

스티븐 반 전직 미 무역대표부(USTR) 수석 자문역은 “APEC 정상회의 취소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지만 USTR은 중국과 1단계 협정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 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도 양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한다면 11월 중 협정이 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칠레는 또 오는 12월2일~13일 예정됐던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은 COP-25를 개최하기 위한 다양한 대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패트리샤 에스피노사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칠레가 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며 “우리는 현재 대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최근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인해 APEC 정상회의와 UNFCCC 총회 모두 취소한다고 밝히며 “(두 회의가) 전 세계에서 갖는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이번 결정은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나는 칠레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의 문제와 관심, 요구, 바람, 희망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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