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트럼프 ‘우크라 스캔들’에 탄핵절차 돌입…역대 세번째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0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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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하원에서 탄핵 조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이 2016년 대선 당시 터졌던 ‘러시아 스캔들’ 의혹 당시에도 선뜻 꺼내지 못했던 탄핵 카드를 고심 끝에 내놓으면서 워싱턴은 대선을 앞두고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공식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는 헌법적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이는 국가안보에 대한 배신이자 대통령 선서, 선거의 진실성에 대한 배신”이라고 역설했다. 또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발표에 앞서 민주당 인사들에게 “대통령의 진실을 순간이 다가왔다”며 탄핵 조사 돌입 결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미 하원의 6개 관련 위원회에 이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상태. 법사위원회가 중심이 돼 관련 내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정상 간 통화 녹취록 공개는 물론 이를 고발한 정보기관의 내부고발자의 의회 증언도 요구하고 있다. 26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한 맥과이어 미 국가정보국장(DNI) 대행을 상대로 그 내용과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질의할 방침이다.

뉴욕타임스는 “하원이 그동안 대통령 탄핵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날 펠로시 의장의 발표는 놀라운 전개”라며 “이는 대선이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이미 분열된 국가를 더 갈라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이 더 많은 마녀 사냥의 ‘쓰레기’로 유엔총회에서의 성공을 훼손하고 있다”며 발끈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 녹취록을 편집되지 않은 상태로 25일 공개할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이 매우 친절하고 적절한 통화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및 그의 아들과 달리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보상 또는 대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자신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원조를 중단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그것이 ’조사 압력‘ 차원에서 압박용으로 쓴 것이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지원 형평성 문제 때문이었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미국만 지원할 게 아니라 유럽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유럽과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때까지 (미국의 지원을) 계속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 관련 의혹을 수사하라는 압력을 넣기 일주일 전 3억9100만 달러(약 4670억 원)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보류시켰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탄핵 조사에 돌입했지만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탄핵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민주당 의원들로 당 내부에도 이견이 여전히 존재하는데다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한다고 해도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됐던 사례는 지금까지 2차례 뿐이었다.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과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의안이 발의됐으나 의회 표결의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부결됐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경우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당할 위기에 몰리자 사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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