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反中 시위’ 근본 원인 분석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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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의 대규모 반(反)중 시위의 근본 원인은 홍콩의 기형적인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시민들의 분노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무리 열심히, 오래 일해도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사회 구조 속에서 열악하게 살아가던 홍콩 시민들이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현지 시간) “낮은 세금의 대가를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좁은 집에 사는 것으로 치르고 있는 홍콩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같은 홍콩의 계층 구조를 심층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은 영국 통치 때부터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추고 상속세, 양도세, 보유세를 없애는 등 낮은 세금 정책을 유지했다. 이를 통해 각국의 부자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게 홍콩의 생존 전략이었다. 그 결과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 허브의 역할을 하는 국가가 됐다.

문제는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공공토지 매각을 통해 확보하면서 발생했다. 재원 마련이 시급했던 정부가 공공토지를 경매식으로 매각했기 때문이다. 토지 가격은 폭등했고 CK애셋, SHKP 등 자금이 풍족한 일부 대기업들의 손에 대부분의 토지가 들어갔다. 게다가 막대한 토지를 보유한 이들이 지가 상승만을 기다리면서 토지 가격은 더욱 상승했다. 통상 부동산 개발에서 토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인데 반해 홍콩에서는 토지 가격이 개발원가의 60~70%에 이른다고 SCMP는 전했다.

현재 홍콩의 아파트는 그 결과 평(3.3㎡)당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국제 공공정책 연구 기관 ‘데모크라피아’에 따르면 평균 소득을 벌어들이는 홍콩직장인이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서는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20.9년 동안 월급을 모아야 한다. 홍콩인의 평균 주거면적은 1인당 161제곱피트(약 4.5평)로 싱가포르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시위가 송환법을 철회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이유다.

홍콩 친중파 진영은 개발업자들이 쌓아놓은 토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토지회수조례’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개발업자들이 주택을 지은 후 집값 상승을 기다리며 분양을 미루는 행태를 막기 위해 개발업자 등이 보유한 빈집에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빠른 해결은 요원하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세금을 가장 많이 거둬들인 항목이 토지 할증세 등 토지 관련 세금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올해도 1970억 홍콩달러(약 30조 11억 원)를 토지에서 거둬들일 전망인데 이는 전체 세수의 33%에 이른다. 모세 청모치 홍콩 보험공단 이사장은 “정부가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상 높은 토지 가격은 바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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