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美외교관 ‘트럼프 정책은 인종차별’ 비판 후 사임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9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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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기고 통해 공개 비판
"트럼프 행정부와의 공모, 정당화 안 돼"

한국계 미국인 외교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위해 일하는 게 신념에 어긋난다며 사표를 던졌다. 그는 언론사에 보낸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무부 소속 척 박의 기고글 “트럼프의 ‘자기만족적인 국가’ 일원임을 더이상 정당화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사퇴한다”(I can no longer justify being a part of Trump’s ‘Complacent State.’ So I’m resigning.)를 올렸다. 미국은 외교부가 없으며 국무부가 외교부의 역할을 한다.

그는 자신을 “한국에서 온 이민자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며 “나의 부모님을 환영해주고 나와 내 형제들이 잘 자라도록 해준 사회에 의무감을 느꼈다”고 외교관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자유, 공정, 관용이라는 미국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갈수록 국내의 노골적인 모순을 외국인들에게 설명하려 애쓰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해야 했던 발언과 미국 내부 상황이 정반대였던 사례들을 나열했다.

그는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 열린 영사관 행사에서 나는 미국의 개방성과 우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때 나의 나라는 이민자 대량 추방을 추진하고 있었다”며 “또 미국 흑인 사회가 트레이본 마틴, 마이클 브라운의 희생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고 있을 때 리스본 대사관에서 흑인 역사의 달 행사에 참석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6년 영사관의 선거의 밤 파티에서 미국 민주주의 힘을 역설했다. 그 선거에서 선거 캠페인 내내 인종차별, 여성혐오, 거친 음모론을 내세웠던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와 그것을 비판하는 사람을 도덕적으로 동일 선상에 두고, ‘거지소굴 같은 나라’(shithole countries)에서 온 이민자들을 폄하하고, 국경에서 어린이와 부모를 떼놓는 것을 보았다”고 썼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의원들과 이민법 개정안을 논의하던 중 “우리가 왜 거지소굴 같은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을 다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현 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딥 스테이트(deep state)’ 세력은 없다고 단언했다.

딥 스테이트는 정부의 숨은 권력 집단을 뜻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 등 본인에게 부정적인 이슈를 딥 스테이트의 음모로 규정해왔다.

그는 오히려 2017년 1월 이슬람 7개국 출신의 입국 금지에 항의하는 내부 문서에 서명했을 때 2명의 고위 인사로부터 경력을 위태롭게 했다는 훈계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더이상 아들에게, 나 자신에게 이 행정부와의 공모에 대한 내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사임을 택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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