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규제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으로 불거진 갈등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가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중재자로 나섰다는 소식이 해외는 물론이고 일본 언론에서도 나오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부인했다.
NHK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중재안을 제시했다는 아사히신문과 로이터 등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한일관계는 한국에서 부정적인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일본)는 일관된 입장에 따라 계속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간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스가 장관은 또 “미국 측에도 우리나라의 입장을 누차 전달했고 평소에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나라 입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도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에 대해 “계속 조용하게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제외 방침에는 변경이 없음을 강조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이번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해 “미 정부가 한일 양국에 협상기간 동안 분쟁을 멈추는 일종의 ‘분쟁 중단 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맺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아사히신문도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최근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취한 데 이어 한국을 화이트국가(수출조치 우대 대상국) 명단에서도 제외하려는 데 대해 미 정부가 우려를 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일본 측에 한국을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 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한국 측에는 징용 배상 판결 이행 지연을 이유로 압류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해 매각 절차가 진행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가 미국의 중재안 제시도 부인하며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여론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시히 신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자민당의 외교 관련 모임에서 (한국에) 경제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후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 해산, 초계기 갈등이 연이어 불거지며 자민당과 지지층 사이에 한국에 대한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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