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WMD 완전 제거가 목표”…‘목표 하향’의혹 불식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10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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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가 비핵화 협상의 목표임을 재확인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협상 전략의 변화 가능성을 일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간으로 9일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는 분명히 WMD의 완전한 제거를 원하며 바뀐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협상 전략에 변화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이 끝난 뒤 귀국길에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로 북한과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WMD의 완전한 동결(complete freeze)을 원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이 귀국길에 동행하지 않았던 언론사를 통해 보도되며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 같은 관측을 부인하기 위해 이날 ‘완전한 제거’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특히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등의 개념에 대해 “원하면 어떤 약어를 써도 된다. 나는 그저 완전한 제거라고 말하겠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날 오히려 WMD의 동결이 대화의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인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동결은 (비핵화) 과정의 해결이나 끝이 될 수는 없다”라며 “(동결은) 우리가 시작 단계(beginning)에서 보고 싶은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아직 개시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미국이 북한에 핵동결 약속을 전제로 대화 재개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표출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북미 대화 재개까지 또 한 번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WMD의 동결이 협상의 의제가 아닌 전제 조건이 될 경우 북한에서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상응조치도 없이 플루토늄 재처리, 우라늄 고농축 등 핵물질 생산뿐 아니라 미사일과 화생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모든 관련 시설을 폐쇄 봉인해야 하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무부는 ‘전제 조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무부 대변인이 시작점(beginning)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오히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비건 특별대표가 최근 언급한 비핵화의 ‘동시적, 병행적’ 진전 차원에서 동결 문제를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북한에 대한 상응조치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북한도 수용이 가능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동시행동’의 비핵화 해법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동시적, 병행적’이라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북미 간 해법 도출 차원에 있어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달 중 개시 예정인 북미 간 실무협상은 여전히 구체적인 시점이나 관련 동향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비건 특별대표의 유럽 방문 기간 동안 북미 접촉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국무부는 공식적으로 “그럴 예정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현재로선 지난달 30일 판문점 정상 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3주 내 실무협상 재개’의 시작 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북미는 실무협상의 장소 선정부터 의제까지 물밑 접촉을 통해 논의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0일 선전 매체를 통해 지난 판문점 정상 회동을 “두 나라 최고 수뇌분들의 과감한 대용단”에 따른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현재까지는 유화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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