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남성의 순애보…아내 유골 뿌린 후 심정지로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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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18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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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카고트리뷴 홈페이지 캡처
사진=시카고트리뷴 홈페이지 캡처
늙은 남편은 64년간 해로한 아내의 유골을 추억이 서린 호수에 뿌렸다. 그리고 아내의 곁을 따라갔다. 결혼기념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한 날에 저 세상으로 떠난 미국 노부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17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일간 시카고 트리뷴이 전했다.

지난 4일 랄프 세이치 미야타(Ralph Seichi Miyata‧88)는 인디애나 주 북부 라포트에 있는 스톤호수에 배를 타고 들어가 아내 마지(Margie·87)의 유골 가루를 뿌렸다. 아내의 유언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1955년 일리노이주 북동부 시카고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 결혼에 골인한 후 1965년 라포트로 거처를 옮겨 47년 간 살았다.

부부는 근처에 있는 스톤호수로 자주 놀러가 함께 수영했고, 수상스키를 즐겼다. 네 자녀가 태어나자 작은 배를 빌려 낚시를 했다. 그렇게 스톤호수는 두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사랑의 공간이었다.

2012년 플로리다주로 이주해 살면서도 마지는 미야타에게 종종 스톤호수 얘기를 꺼내곤 했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진 마지는 지난 4월 21일 87세의 일기로 눈을 감았다.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던 남편에게 “행복의 장소에 뿌려줘”라는 유언을 남긴 채였다.

사진=시카고트리뷴 홈페이지 캡처
사진=시카고트리뷴 홈페이지 캡처


미야타는 ‘행복의 장소’가 스톤호수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고 미야타는 늘 곁을 지키던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며 한동안 공허함 속에 살았다. 시간이 흘러 아내의 부재를 인정할 때 즈음, 미야타는 마지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스톤호수로 향했다.

함께 가자는 아들의 제안을 한사코 마다 한 미야타는 홀로 친구의 배를 빌려 타고 호수로 들어가 아내를 보내줬다.

그러나 유골가루를 다 뿌린 후 미야타는 갑자기 쓰러지며 물에 빠졌다.

심장이 무질서하고 매우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이 온 것이다. 친구 부부가 이를 발견해 미야타를 곧장 병원에 옮겼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망 다음 날인 5일은 미야타 부부의 64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이들의 아들은 “부모님은 매년 결혼기념일을 잊지 않고 챙기셨다”며 “천국에서 두 분이 함께 행복한 결혼기념일을 맞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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