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서 상복 뜻하는 ‘검은옷’ 입고 또다시 대규모 시위 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4일 2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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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가 중국에 홍콩인을 소환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반대로 일어난 반중(反中) 시위를 ‘색깔혁명’으로 규정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색깔혁명은 1990년대 말부터 중앙아시아 동유럽 중동 등에서 일어난 비폭력 정권교체 운동이다.

인터넷매체 ‘홍콩01’은 13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정부가 이번 시위를 홍콩 독립을 추진하기 위한 색깔혁명으로 규정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유력지 롄허(聯合)조보는 “홍콩 정부가 시위대를 적대 세력으로 규정할 근거가 된다. 중국 정부는 강경한 방법으로 홍콩 정권의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말인 16일 오후 홍콩 도심에서 다시 대규모 시위가 열릴 예정이어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우려된다. 시위를 주도하는 홍콩민간인권전선(陳線)은 상복을 뜻하는 검은 옷을 입고 홍콩 정부 청사까지 행진하는 ‘검은 대행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인권전선은 17일 홍콩 시민들이 ‘3파업’(노동자 파업, 상인 파업, 학생 수업 거부)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입법회는 20일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었지만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표결을 다음 달로 미루거나 법안 추진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도 정부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친중파인 버나드 찬 홍콩 행정회의 의장은 14일 한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법안을 논의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립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시위대를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들’이라고 말했다가 “행정장관은 시민의 어머니가 아니라 시민의 공복(公僕)”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상원은 13일 법 집행, 투자, 무역 등에서 홍콩을 중국과 다르게 취급하는 특별 대우가 정당한지 평가하기 위해 미 국무장관이 매년 홍콩의 자치권을 확인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에 혼란을 일으키려는 계략은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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