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군부 무력진압으로 시위대 100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軍-야권 과도정부 구성 놓고 갈등, 軍 실탄발사… 나일강에 시신 버려
WP “민주화 소중한 기회 빼앗겨”

“수단에 민주주의를 도입할 소중한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전 세계가 움직여야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사설을 통해 최근 아프리카 수단에서 벌어지는 유혈 사태를 두고 이같이 우려했다. 수단 군부는 30년 독재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한 뒤 과도정부 구성을 놓고 야권과 갈등하고 있으며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해 사망자가 1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군인들이 사망자 집계를 축소하려고 시신을 나일강에 던진 정황도 포착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대 측은 군부의 유혈 진압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5일까지 최소 108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야권 의사단체 ‘수단의사중앙위원회’는 이날 오전 사망자가 최소 60명이라고 밝혔으나 시위대 진압을 주도한 비정규 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전날 나일강에서 시신 40구를 꺼내 어디론가 옮긴 사실이 드러났다며 사망자 수를 크게 늘렸다.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시신 8구를 추가로 수습했으며 부상자는 최소 509명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 측은 6일 사망자가 46명이라고 주장했다.

진압 과정에서 RSF가 저지른 만행도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민들이 5일 나일강에서 수습한 시신 9구 중 일부의 발목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달려 있었다고 전했다. 군인들이 수도 하르툼 시내 병원에서 부상당한 시위대를 쫓아내라고 지시했다는 목격담도 보도됐다. 활동가들은 이들이 병원과 길거리에서 강간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가디언에 증언했다. RSF는 2003년 약 30만 명이 사망한 다르푸르 대학살 당시 살인 강간 등 반인권행위를 자행했던 친정부 민병대로 구성됐다.

올해 4월 오마르 알 바시르 전임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잡은 군부는 3일 정권 이양을 요구하며 하르툼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연좌농성 중이던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과 실탄을 발사했다. 3, 4일 인근 도시 옴두르만에서도 군인들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했다. 군부와 시위대 측은 문민정부 구성을 위해 3년 뒤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으나 과도 통치기구 구성을 두고 대립해 왔다.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과도군사위원회의 압델 파타 부르한 위원장은 4일 “시위대와의 합의를 무효로 하고 9개월 뒤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5일 입장을 바꿔 “야권 측과 어떠한 제한 없이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위대 측은 군부의 유혈 진압이 이어지는 한 진정성을 가진 협상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수단 군부#무력진압#시위대 사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