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대학병원 내 시신 안치소 방문한 유가족들 눈물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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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닷새째인 2일 오전(현지시간) 희생자 가족이 머르기트 다리 인근 사고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부다페스트(헝가리)=뉴스1)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닷새째인 2일 오전(현지시간) 희생자 가족이 머르기트 다리 인근 사고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부다페스트(헝가리)=뉴스1)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허블레아니의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피해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났지만 아직 실종 상태인 탑승객 19명의 가족들은 매일 사고 현장을 찾아 애타는 마음으로 추가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자들은 가족을 만나 일부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지만 함께 여행에 나섰던 가족과 동행자들의 실종 및 사망 소식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사망이 확인된 한국인 탑승객 7명의 유가족들은 1일 오후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세멜바이스 대학병원 내 시신 안치소를 방문했다. 가족의 죽음을 눈으로 확인한 유가족들은 건물 밖으로 나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저녁 유가족들은 정부합동신속대응팀, 여행사 측과 함께 시신 운구 및 장례절차에 대한 논의도 시작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실종자 문제 등으로 추가 논의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병원 치료를 마친 뒤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측에서 마련한 호텔에 머물며 안정을 취했던 김모 씨 탑승객 6명과 구조 과정에서 갈비뼈 9군데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어 현지 병원에 입원 중인 이모 씨(66) 등 생존자 7명은 지난달 31일부터 차례로 현지에 도착한 가족들을 만나며 일부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1일 두 차례 병원을 찾은 이 씨의 남편 백모 씨는 “입원 초반 말이 통하지 않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여전히 혼자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지만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갈비뼈 골절로 인한 장기 손상이 의심돼 추가적인 검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행사 측은 병실에 통역사를 두고, 인근 한식당에서 음식을 공수하며 이 씨의 회복을 돕고 있다. 이 씨가 입원한 우조키 병원 의료진 관계자는 “사고로 ”과 마음이 많이 쇠약해져 퇴원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피해자 가족 40여 명은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지휘하는 헝가리 내무부 관계자들을 만나 수색 상황을 듣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면담했다. 피해자 가족과 면담을 마친 강 장관은 ”가족들 입장에서는 정확한 사실이 아는 게 중요한데 행인이 본 것들을 사실 확인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띄우고, 본인에게 알려주고 하는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헝가리 측에 수시로 정확한 정보를 피해자 가족들에게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1박 2일 동안 헝가리 내무장관 면담 및 사고현장 방문 등을 마치고 2일 오후 귀국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매일 사고 현장인 헝가리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를 찾아 침몰 유람선의 인양 및 수색 작업을 지켜봤다. 사고 발생 이후 헝가리는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동안 불어난 강물과 빠른 유속으로 인해 한국·헝가리 양국의 공동 수색 작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여성가족부 가족전문상담사 4명을 파견해 생존자와 가족의 심리적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현지에서 필요한 차량과 통역, 생필품 조달 등을 지원하고 있는 참좋은여행사 측은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피해자 가족들을 최대한 지원하고, 사망자 가족들의 운구 및 장례 절차 등도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진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서동일특파원 dong@donga.com
부다페스트=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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