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년간 지어… 英헨리6세 즉위식-나폴레옹 대관식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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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 화재]年1300만명 찾는 노트르담 대성당
‘우리의 여인’ 성모 마리아 의미… 프랑스대혁명 직후 훼손 뒤 복원
대문호 빅토르 위고 소설 무대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의 수탉 모양 풍향계(왼쪽)가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소실 우려가 제기됐던 남쪽 장미창은 무사했다. 사진 출처 notredamedeparis.fr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의 수탉 모양 풍향계(왼쪽)가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소실 우려가 제기됐던 남쪽 장미창은 무사했다. 사진 출처 notredamedeparis.fr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후기 고딕 양식의 중요한 두 상징물을 무너뜨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푸른색 십자가를 연상시키던 중앙 예배 공간의 교차형 궁륭(아치 구조 천장) 지붕, 기괴한 가고일(괴물 석상)들 사이로 솟아 있던 높이 90m 목재 첨탑이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의 여인’, 즉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명칭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 착공돼 1345년 축성식을 열었지만 이후 다양한 건축 양식 변화를 반영하며 개조됐다. 아치 지붕의 하중을 외부 벽체로 전달해 내부 공간을 넓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구조체인 ‘플라잉 버트리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건물로 꼽힌다.

대성당은 영국과 백년전쟁을 치르던 1431년 영국 왕 헨리 6세가 ‘프랑스 왕’으로 즉위식을 연 치욕의 장소로 쓰였다. 1456년에는 마녀로 몰려 1431년에 화형당했던 잔 다르크의 명예회복 재판이 열렸다. 교황청은 잔 다르크의 이단 판결을 취소하고 그의 성상(聖像)을 예배당에 안치했다.

1789년 대혁명 직후에는 정문 위 유대 왕 석상들이 프랑스 왕 석상으로 오인받아 머리가 잘려나가는 등 공간 전체가 심하게 훼손됐다. 사료 창고로 쓰이다가 1804년 나폴레옹 1세 황제 대관식, 1831년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 출간에 힘입어 가치가 회복됐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845년 복원 총감독으로 선정된 건축가 외젠 비올레르뒤크의 주도로 20여 년간 복원 공사를 진행한 뒤에 제 모습을 찾았다. 이때 복원된 첨탑 꼭대기의 수탉 모양 풍향계에는 성인들의 유골, 가시면류관 유물 일부가 부착됐다. 신도들의 안녕을 위해 만들어졌던 이 풍향계도 이번 화재로 사라졌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노트르담 대성당#화재#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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