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간 고수 ‘24시간 영업’…日 편의점들, 심야 영업 포기 이유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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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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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및 제도 개선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겠습니다.”

지난 달 26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편의점 대기업 ‘빅4’ 대표들에 영업 방식에 대한 개선책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편의점 점주 3만757명 중 61%가 ‘종업원이 부족하다’고 답한 경제산업성의 설문 결과에 대한 대책 마련인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구인난으로 약 40년 간 고수해오던 편의점 24시간 운영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전국 편의점 수는 5만5979점(2월 기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東大阪) 시에서 7년 전부터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던 마쓰모토 미토시(松本實敏) 씨(57)는 지난해 함께 편의점을 꾸리던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인력난에 허덕였다. 하루 16시간 이상 근무해야 했고 새벽 파트타임 직원을 구할 수가 없던 그는 결국 새벽 1~6시에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의 모회사인 ‘세븐&아이홀딩스’ 측은 “24시간 근무가 원칙”이라며 위약금 1700만 엔(약 1억7000만 원)을 요구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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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편의점의 24시간 운영에 대한 필요성을 묻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시민 1544명에게 전화 설문을 한 결과 62%가 편의점 24시간 영업 체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해 ‘필요하다’라는 응답률(29%)을 크게 웃돌았다.

결국 세븐일레븐 측은 지난 달 21일부터 전국 직영점 10곳을 대상으로 ‘새벽 폐점’ 시험 운영에 들어갔다. 다른 편의점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7월부터 새벽 시간을 무인점포로 바꾸는 로손은 손님들이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이용해 편의점 입장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패밀리마트는 2일 전자 회사 파나소닉과 제휴해 AI(인공지능)를 활용, 얼굴 인식 기능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요코하마 시 사에도(佐江戶) 점에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야근이 당연시 되던 1980년대부터 자리 잡은 24시간 영업 체제가 다양한 근로 방식이 공존하는 지금의 일본 사회와 맞지 않기 시작했다”며 “사회의 요구나 지역 사정에 따라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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