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용의자 “이렇게 금방 석방될 줄 몰랐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3일 16시 21분


12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 만난 후 기자회견
같은 날 고향을 돌아가 열렬한 환영받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11일 풀려난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7)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석방 소감을 밝혔다.

13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시티는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간의 수감 생활 및 석방 소감 등에 대해 말했다.

그는 “석방 후 30분 정도 밖에 못 잤을 정도로 잠을 자기가 힘들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석방 당일 인도네시아로 귀국해 가족과 상봉했다. 12일 수도 자카르타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 등 자신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준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고,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시티는 자신이 가는 곳 마다 취재진들이 몰려 쏟아지는 질문과 함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면서, “이렇게 집중적인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김정남 사건으로 기소됐을 때에는 취재진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석방된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언론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져 가족과 함께 그냥 쉬고 싶다”, “나는 그냥 평화로움을 원한다”며 장기간의 구금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싶다고 했다.

시티는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독방에 감금됐으며, 감옥에서 두 차례의 생일을 홀로 보냈다고 밝혔다.

수감 기간 중 자신에게 힘이 된 것은 종종 교도소를 찾아오는 가족과 인도네시아 대사관 그리고 외교부 시민보호부 직원들이었다며, 그들 덕분에 석방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석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렇게 금방 나올 줄은 몰랐다”라고도 했다.

시티는 수감 기간 중 “고향과 부모님, 그리고 내 아들이 그리웠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지난 2년 동안 아들(9)을 만나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아들에게 사건에 대해 알리고 싶지 않아 수감 기간 중 한 차례도 연락하지 않았다며, “다 커서 이번 일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티는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같은 날 가족들과 함께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대통령도 만났다. 조코 대통령은 시티에게 “우선은 집에서 쉬면서 안정을 되찾은 후 다시 인생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당일에는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및 야소나 라올리 인도네시아 법무인권부장관 등 정부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는 지난 2017년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0)과 함께 김정남의 얼굴에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 11일에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에 있는 고등법원에서는 시티와 도안에 대한 공판이 진해오딜 예정이었으나, 말레이시아 검찰은 공판 전 돌연 시티에 대한 기소를 취하했고, 재판부는 시티가 무죄는 아니지만 석방하는데 동의해 풀려날 수 있었다. 베트남 여성인 도안에 대한 기소는 취하되지 않았다.

시티의 석방 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간 그녀의 석방을 위해 말레이시아 측과 수 차례 접촉하며 노력해 왔다며, 자국 ‘로비의 결실’이라고 자평 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