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 “실무협상 조만간 재개될 것”
“단기적 성과 대신 입장 명확히 한 데 2차 회담 의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제2차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났음에도 올 가을쯤엔 3차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장인 신기욱 교수는 5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 뒤에도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다시 높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협상은 결렬된 게 아니다. 실무자 수준에서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작년 6월 첫 회담 당시 합의한 Δ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Δ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에 관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 대상과 범위, 그리고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등 상응조치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당초 예정했던 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하고 이번 회담을 끝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복잡한 핵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무리”라며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서로의 주장을 명확히 한 데 이번 정상회담의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만일 이번 회담에서 “비현실적 합의”가 이뤄졌다면 오히려 향후 협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는 “이번 협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수 위였다”면서 “북한은 미국 측이 성과를 내는 데 초조해 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 읽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북한 측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도 경제제재의 전면 해제를 얻어낼 수 있을 거라고 계산했지만, 미국은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시설도 파악하고 있었고 김 위원장은 그 다른 시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답변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영변 외 다른 시설을 얘기하니까 “북한도 놀란 것 같다”고 밝혔었다.
신 교수는 “북한이 핵시설 등을 완전히 신고하지 않는 건 미국을 믿을 수 없어서”라며 “그러나 지금으로선 트럼프 대통령만 김 위원장의 협상상대가 될 수 있다. 이는 김 위원장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북미 간에 실무협의가 이뤄지면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북한 측이 ‘새로운 패’를 내놓는 게 전제조건이 된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협상장에서 도망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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