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페미니즘은 결국 ‘치마입은 마초’를 보여준다”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2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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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성추행 방지 위한 회의에서 발언

로마 바티칸에서 나흘동안 열린 사제에 의한 성폭력 방지를 위한 ‘미성년자 보호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페미니즘에 대해 ‘치마를 입고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한 여성으로부터 성추행을 은폐하려고 하는 성직자의 발언을 인용한 연설을 들은 뒤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한 여성이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것은 기독교적인 페미니즘(ecclesiastical feminism)의 분위기로 들어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결국 모든 페미니즘은 치마를 입은 마초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다시 교황은 “아니, 여성을 교회의 상처에 대해 말하도록 초청하는 것은 교회가 여성에 대해, 그 여성의 상처에 대해 말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교회가 자신들의 잘못을 여성들이 폭로하도록 돕는 수동적인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 잘못을 밝혀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여성 여러명이 단상에 올라 가톨릭의 위계구조의 침묵 문화와 위선적인 남성들, 그리고 불필요한 은밀함을 비판하며 교회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회의 중 한때 교황은 아동 성학대가 가정에서 많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를 인용하면서 장시간 이에 대해 말했다. 교황은 성폭력을 “거의 모든 곳에 비극적으로 존재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성폭력이 우리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이 악이 교회 내에서 일어날 때 결코 덜 괴물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교회에 끼치는 해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교황은 회의를 마무리지으면서 교회 내에서의 성적 학대에 대해 전면전을 감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성범죄 예방과 처벌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강화되고 미성년자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 정의가 현재의 14세에서 상향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나온 교황의 발언들로 페미니즘 진영은 부글부글 끓었다.

여성운동가들을 교황이 회의에서 가정에서의 아동 성학대에 30분 이상을 소비했다며 분노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한 일종의 ‘물타기’라는 것이다.

성직자의 성폭력을 추적하는 단체인 비숍어카운터빌리티(bishopaccountability.org)는 “우리는 교황에게 대담하고 단호한 계획을 기대했지만 방어적이고 반복되어온 수사만을 제공했다”면서 “특히 고통스러운 것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학대가 일어난다는 교황의 친숙한 합리화”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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