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최초로 신임 주미 대사로 ‘40대 여성’을 선임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23일 국영 아랍뉴스는 “살만 국왕이 리마 빈트 반다르 알 사우드 공주(44·사진)를 주미 대사로 지명했다”고 전했다.
‘수다이리 세븐’ 계열 왕족인 리마 공주는 1975년 수도 리야드에서 반다르 빈 술탄 왕자의 딸로 태어났다. 1983∼2005년 사우디 주미 대사를 지낸 부친을 따라 성장기를 미국에서 보냈다. 미 조지워싱턴대 졸업 후 귀국해 패션회사를 운영하고 종합스포츠청 여성담당 부청장 등을 지내 외교 경험은 없다. 또 다른 사우디 왕족과 결혼해 1남 1녀를 뒀으나 2012년 이혼했다.
리마 대사의 조부는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의 12번째 아들인 고(故) 술탄 빈 압둘아지즈. 그는 초대 국왕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여덟 번째 부인 후사 알 수다이리가 낳은 아들 7명을 뜻하는 ‘수다이리 세븐’ 왕자 중 한 명으로 더 유명하다. 이 7명 중 맏이인 5대 파드 국왕(1982∼2005년 재임)이 즉위한 후 나머지 아들들과 그들의 후손이 사우디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현 살만 국왕은 ‘수다이리 세븐’의 여섯째 아들 겸 리마 대사의 작은할아버지다.
AFP통신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피살된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태로 실추된 왕실의 이미지를 되살리고 국제 비난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 왕실이 여성 인권 및 사회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려는 ‘보여주기식 인사’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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