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 세트 아니다” 결혼 않고 아이 낳아 육아… 日 ‘선택적 싱글마더’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동성혼 금지’ 위헌소송 제기도

정보기술(IT) 기업을 운영하는 다카다 마리(高田眞理·49·여) 씨는 현재 11세 딸과 둘이 살고 있다. 31세에 기업을 차려 일만 하다가 30대 중반에 이르렀던 시절. 사귀던 남성과 결혼하려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는 장남이었다. 시부모 모시고, 남편 뒷바라지한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다.

다카다 씨는 일 욕심이 많았다. 아이도 갖고 싶었다. 궁리 끝에 ‘결혼과 출산은 세트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아이를 낳았지만,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키우고 있다. 사귀던 남성과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다카다 씨 사례를 전하며 “스스로의 의지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선택적 싱글마더’가 일본에서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일본에서 선택적 싱글마더가 늘고, 동성혼을 인정하라는 목소리가 나타나는 새로운 결혼 풍속도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만화가인 나나오 유즈(七尾ゆず·46·여) 씨는 38세가 되던 해 ‘40세가 되기까지 아이를 낳자’고 결심했다. 부친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어 애초부터 결혼 생각은 없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커졌다. 그래서 당시 교제하던 남성과 협의해 출산했다. 나나오 씨는 2013년부터 월간지에 만화 ‘혼자서 출산’을 연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혼자서 엄마’로 제목을 바꿔 연재 중이다. 그는 “결혼생활에 구속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아이를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 내 미혼인 싱글마더는 2000년 6만3000여 명에서 2015년 17만70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중 상당수는 선택적 싱글마더로 추정된다. 경제적으로 자립한 여성이 많아지고, 너무 늦은 나이가 되기 전에 출산을 희망하는 여성이 늘면서 새로 생긴 사회현상이다.

동성혼도 공론화되고 있다. 8개 광역자치단체(도도부현)의 20∼50대 동성 커플 13쌍은 14일 도쿄(東京) 나고야(名古屋) 오사카(大阪) 삿포로(札幌) 등 4개 지방법원에 일제히 동성혼 금지에 대한 위헌 소송을 낼 계획이다. 이들은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결혼의 자유’와 ‘법 아래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1인당 100만 엔(약 1015만 원)씩 손해배상도 청구하기로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선택적 싱글마더#동성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