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6개 그룹에 전화회의 요구했던 美대사관 돌연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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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패싱-압박 논란 부담된듯

주한 미국대사관이 방북 6개 그룹에 대북사업 관련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을 요구했다 돌연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일정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했던 6개 그룹의 한 임원은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주한 미대사관으로부터 약속을 잡자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는데, 오늘 오후 약속을 취소한다고 다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날짜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취소 통보를 받았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주한 미대사관은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일정에 총수나 고위 임원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했던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현대 등 6개 그룹에 개별적으로 연락해 콘퍼런스콜 형태의 회의 일정을 요청했다. 방북 전후 대북사업 계획이나 전망에 대한 내용을 알려 달라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9월에도 재무부가 주도해 국내 7개 국책·시중은행과 콘퍼런스콜을 열고 대북제재 준수를 요청했다. 미국 측이 민간 기업과 은행에 직접 연락을 취한 것이 이례적이라 제3자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여기에 한국 정부 ‘패싱’ 논란까지 겹치자 부담을 느낀 미국 측이 일단 회의를 취소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국내 은행과의 콘퍼런스콜에 대해 “세계 각국의 민간부문과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이를 제재 신호로 읽으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재계 관계자는 “콘퍼런스콜이 취소됐다 해도 미 정부가 직접 기업들에 대북사업에 대한 ‘경고 시그널’을 보내려던 정황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황태호 기자
#주한 미국대사관#방북#콘퍼런스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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