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앵 전투’ 100주년 …승자와 패자가 함께 기억하는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9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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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연합군은 아미앵에 당시의 적과 함께 돌아왔다. 이번에는 평화와 파트너십의 관계로.”

8일(현지 시간) 오후 3시 프랑스 북부 아미앵 대성당. 영국 윌리엄 왕세손은 “이 성당은 전쟁 당시 복무했던 모든 사람을 서로 깊이 연결시켜준다”며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의 앞에는 요아힘 가우크 전 독일 대통령이 참석해 있었다.

100년 전인 1918년 8월 8월 안개가 자욱했던 새벽 4시 20분, 영국 4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은 독일군을 향해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하루에 8마일을 진격하는 엄청난 성과를 얻어냈다. 3개월 후인 11월11일 1차대전 종식으로 이끄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독일군의 총사령관이었던 에릭 루덴도르프는 이날을 “독일에게 어둠의 날”이라 회고했다. 아미앵 전투에서 영국군과 프랑스군 각각 2만2000명과 독일군 7만5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00년 후 이 전쟁에 참가했던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호주군이 프랑스 영국과 함께 아미앵 전투 100주년 행사에 참가했다. 3200명의 인파도 몰려들어 전쟁 승리의 기쁨과 전쟁의 참혹함을 함께 기억했다.

휴가 도중에 아미앵을 찾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군 스스로도 그날 승리의 효과를 당시에 깨닫지 못했다. 그 효과는 영토 다툼의 승리가 아니라 도덕적 가치의 승리였다”는 당시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영국 총리의 전쟁 회고록을 발췌해 인용했다.

메이 총리는 “우리는 성공을 기념하지만 이 도시와 주변 전장에서 사람들이 경험했을 엄청난 공포와 고난도 기억해야 한다”며 “전투 양측에서 싸웠던 모든 사람들의 용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행사 내내 메이 총리 옆에는 당시 함께 싸웠던 독일의 가우크 전 독일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기억하는 역사의 현장에 진정한 평화의 기운이 가득했다.

당시 아미앵 전투에 참전한 연합군 10만 명 중 영국군 소속으로 탐과 로버트 스래터 형제가 함께 참전했다. 탐은 살아남았지만 로버트는 아미앵 전투 이튿날 전사했다. 탐의 손녀 캐롤린 가드너(58)는 8일 행사에 참석해 “우리 작은 할아버지가 전사한지 100년이 지났다”며 “가족을 기억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젊은 청년이 당시 최고의 희생정신을 발휘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행사에 정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불참하고 플로렌스 파를리 국방장관만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본인의 고향이기도 한 아미앵에서 큰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브레강송 요새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파를리 장관도 휴가 때문에 행사 막판에나 참석을 결정했다. 프랑스 하원의원 자크 미아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무지하다는 증거이며 외교적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David Lloyd George

Florence Parly

Jacques Myard

Dave Slater and Carolyn Gardner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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