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안보 손잡는 트럼프… 북핵-시리아 해법 머리 맞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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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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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핀란드서 사실상 첫 정상회담

지난해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지한 표정으로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은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다시 만나 첨예한 국제 쟁점을 
놓고 이야기할 예정인데 그 결과가 세계 안보 질서 등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DB
지난해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지한 표정으로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은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다시 만나 첨예한 국제 쟁점을 놓고 이야기할 예정인데 그 결과가 세계 안보 질서 등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미-러 정상회담이 16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개최된다. 두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서 잠시 만난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양자회담을 갖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정상회담 장소인 헬싱키 대통령궁은 냉전 종식 무렵인 1990년 9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만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두 정상은 오후 1시부터 통역만 대동한 단독회담을 시작해 업무 오찬과 공동 기자회견 등을 가지며 3시간가량 북한 비핵화와 시리아 내전 등 지구촌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의제 하나하나가 해묵은 난제들이라 짧은 회담만으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시리아에서 북핵 문제까지

미-러 정상회담에 오를 의제는 사실상 ‘지구촌 난제 종합세트’라고 할 만큼 다양하다.

우선 양국은 시리아 문제에서부터 갈등이 첨예하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패전 위기에 몰린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구원해 전세를 뒤집은 뒤 이제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은 시리아 사태에서 빠지고 싶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파병된 2200여 명의 미군을 빼낼 시기를 엿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보장받고 미군 철수를 제안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대신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전통적 중동 우방인 이스라엘이 가장 경계하는 이란의 시리아 내 세력 확장을 억제하는 걸 돕겠다고 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서방의 대러 제재도 이번 회담에서 다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가 상실한 주요 8개국(G8) 지위를 회복시켜 주자고 제안한 바 있다. 미국을 제외한 G7 정상들은 모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크림반도 병합을 용인하면 대러 제재 근간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한다.

세계 핵무기의 92%를 차지하는 양국이 핵무기 감축에서 어떤 합의를 이룰지도 관심사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2021년까지 미-러의 핵탄두를 1550개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신전략무기감축 협정’을 러시아와 체결했다. 양국 정상이 이 협정을 2021년 이후로 연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핵 문제도 중요 의제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북한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하지만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전면적 제재에 대해선 늘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서방의 제재와 저유가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동북아에서 만회하려는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가 자국의 교역량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정상회담 자체가 푸틴의 승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푸틴 대통령의 자국 내 정치적 입지, 국제무대에서의 정통성 강화에 이용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2일 “푸틴 대통령은 회담장에 앉기도 전에 이미 이긴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도 KGB(소련 국가보안위원회) 출신인 푸틴 대통령에 비해 정치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많은 것을 양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회담의 의제들은 쉽게 풀릴 일이 아닌 데다 푸틴 정권의 태도도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푸틴 대통령에게 이용만 당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비난을 의식한 듯 15일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는 낮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이 만남에서 어떤 나쁜 성격의 일이 나올 가능성은 전무하고 어쩌면 몇몇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나는 것이 좋다는 믿음이 있다. 김정은, 시진핑(習近平)과의 만남은 아주 좋은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푸틴#안보#트럼프#북핵#시리아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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