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트럼프 매체까지 “실망스러운 방북”… 최대압박 회귀론 봇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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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비핵화 협상]北 “강도” 비난에 싸늘해진 美여론

‘Gangster-like(깡패 같은)’, ‘regrettable(유감스러운)’, ‘very concerning(매우 우려스러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평양 방문에 대해 미국 언론이 내놓은 평가는 비판 일색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회담을 가진 뒤 ‘productive(생산적)’이고 ‘progress(진전)’를 이뤘다고 자평했지만 이를 주목한 미 언론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미국을 강력하게 비난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번 담화의 영문판은 미 언론이 자체적으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직접 작성해 공개한 것이다.

○ ‘친(親)트럼프’ 폭스뉴스마저 등 돌리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CNN 등 주요 언론은 7일(현지 시간) 북한 담화에 등장하는 미국 비판 문구를 그대로 제목으로 뽑았다. 특히 담화의 핵심인 “미국의 일방적이고 폭력배 같은 비핵화 요구(unilateral and gangster-like demand for denuclearization)”에서 ‘gangster-like’라는 단어는 외교 성명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거친 표현이어서 미국 언론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WP는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자주 볼 수 있었던 북한의 대미(對美) 독설과 악담을 상기시킨다”고 평가했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한 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 담화가 몇 시간 뒤 ‘유감스럽다’는 단어를 쓴 것을 두고 “폼페이오 장관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식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칭찬 일색이었던 폭스뉴스의 냉정한 평가다. 폭스뉴스는 북한 담화에 등장하는 단어 ‘유감스러운’을 제목으로 뽑으며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평양행을 ‘빈손(empty-handed) 방북’이라고 규정했다.

○ 대북 군사공격까지 거론하는 전문가들

폭스뉴스는 또 폼페이오 장관의 실망스러운 평양 방문으로 인해 북한 비핵화의 판돈(stake)이 극적으로 높아졌다는 북한 전문가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CAI) 국방연구국장의 기고를 실었다. 대북 초강경 보수파인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국은 달갑지 않은 세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 둘째는 최대 압박 정책으로 회귀, 셋째는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북한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자신의 방북 성과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폼페이오 장관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반응이 이러한데 어떻게 그들이 계속 선의로 협상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신경을 쓴다면 나는 미쳐버릴 것(I‘d go nuts)”이라며 “그래서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 쏠린 관심에 압박감을 드러낸 것인 동시에 이번 회담 성과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과 전문가들에게 섭섭함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최대압박 회귀론#트럼프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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