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교관 “최고 존엄 셀카 찍은게 최대 화제… 변화 실감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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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합의 이후]北내부, 싱가포르 회담 환영 분위기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 주민은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여기는 무조건 환영 분위기”라고 대답했다. 그는 “아직 노동신문을 통해 회담 결과만 봤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핵 폐기와 경제제재 해제는 모든 사람이 환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진짜로 핵을 모두 폐기하더라도 제재를 풀어 잘살게만 해준다면 모두가 환영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주민은 “여기 사람들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이 본질상 우리의 핵 폐기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단지 허리띠 졸라매면서 핵 보유국이 됐다고 해놓고 핵을 폐기한다는 것이 체면이 서지 않으니 듣기 좋게 비핵화라고 표현한다는 것도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도 체제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핵 폐기란 말은 드러내놓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며, 완전 투항처럼 보이는 합의는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 있는 한 북한 외교관도 이날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소감에 대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관료들과 함께 찍은 셀카가 가장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 하루 전인 11일 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전망대 등 싱가포르 관광명소들을 둘러보며 수행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셀카를 찍어 화제가 됐다. 그는 “최고 존엄이 그렇게(셀카 촬영)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며 “그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최고 존엄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놀라워했다.

이 외교관은 “국기(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린 사진을 보면서도 (북한) 사람들이 ‘야, 야’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며 “이 두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는 사진을 노동신문에서 보니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 선대가 하지 못했던 일, 그것도 자본주의 나라(싱가포르)에까지 가서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는 자체가 파격”이라며 “지금으로선 김 위원장이 정권도 유지하고 인민들도 잘살게 하는, 어려우면서도 반드시 택해야 할 그런 길을 걷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한 소식통들은 비핵화와 경제제재 해제를 북한 군부도 대부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를 한다고 해도 군부가 특별히 기득권을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 공동합의문의 모호성 때문에 회담 결과에 약간은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언급된 북한 외교관은 “핵 포기와 그에 따르는 완전한 경제제재 해제와 같은 것이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도 사실 무엇 하나 명백한 건 없구나 하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가난한 일반 주민들도 정상회담을 당연히 환영하겠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돌아올 혜택 같은 것이 합의문을 통해 드러나지 않으니 아마 기대엔 못 미쳤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북한 사람들은 대체로 믿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핵을 폐기한다고 하면 사실 여기 대부분의 사람도 ‘그래도 몇 개는 감춰놓겠지’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외교관#최고 존엄 셀카#변화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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