뻣뻣한 아베 “문서조작 재발방지, 아소가 책임 다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언론 “뻔뻔한 아베, 세상 공기 못읽어… 국민이 바보냐”

“문서 조작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행정부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재발방지책 마련에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선두에 서서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

4일 오후 일본 재무성의 모리토모(森友) 스캔들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광의의 도의적 책임은 있을 수 있지만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검찰이 지난달 말 모리토모 스캔들 관련 전현직 재무성 직원 38명을 전원 불기소 처분한 데 이어 이날 재무성이 자체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아베 정권은 자신의 발목을 잡아 온 모리토모 스캔들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하지만 아직도 걸림돌이 적지 않다.

혹여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다면 재점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경우 최저 수준(30%대)을 기록 중인 아베 총리의 지지율도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 파문은 아키에 여사와 가까운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 부부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느냐를 놓고 촉발됐다.

재무성은 이날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담당 국장이던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 등 20명에 대한 징계 조치를 발표했다.

부처 수장인 아소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관료 급여 1년 치(170만 엔)를 자진 반납할 것”이라며 “조작은 당시 이재국에서 한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내 리더십하에 재무성을 일으켜 세우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꼬리 자르기’와 ‘책임 떠넘기기’ 성격의 조사 결과 발표에 언론이 날을 세웠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아소 부총리가 사임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세상 공기를 못 읽는 것 아닌가” 하는 자민당 중견의원 등의 목소리를 전했다.

도쿄신문은 “장기 집권에 익숙해져서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은 줄 안다”거나 “이 정도로 국민을 바보로 여긴 총리도 각료도 없다. 두 사람(아베와 아소) 모두 이제 그만둬 줬으면 좋겠다”는 시민 목소리를 전했다.

사가와 전 장관 등을 고발했던 시민단체는 4일 검찰이 불기소로 재무성 담당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검찰 처분을 심사할 것을 오사카 검찰심사회에 정식 요청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앞으로 다른 단체들로부터의 신청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모리토모 문제의 무대는 검찰심사회로 옮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리토모 스캔들을 주도적으로 보도해 온 아사히신문은 1면에 나카무라 시로(中村史郞) 편집국장 명의로 ‘정치책임 왜 다하지 않는가’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은 “이 사건은 세 가지 책임, 즉 △형사책임 △행정책임 △정치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이 중 정치책임은 총리를 둘러싼 의혹의 뚜껑을 덮고 막을 내리려는 아베 정권이 져야 한다”고 아베 총리를 정조준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1면에 사회부장 명의로 ‘막 내리기 노리는 죄의 심각성’ 제하의 칼럼을 싣고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를 비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모리토모 스캔들#아소#아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