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당겨진 봄… 동식물 멸종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5일 23시 39분


애벌레 어디 갔지? 새잎 빨리 나오자 덩달아 일찍 출현
딱새 날짜 맞춰 왔을 땐 이미 사라져
하얀 털을 어떡해? 갈색으로 털갈이하기도 전에 눈 녹아
눈덧신토끼 위장 못해 천적에 노출

지구 온난화로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만 년 동안 계절 주기에 맞춰 진화해 온 동식물들이 멸종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그린란드 순록(카리부)은 매년 겨울 해안가에서 이끼를 먹고 지내다 봄과 여름이면 내륙으로 들어가 번식하고 그곳에서 자라는 북극 식물을 먹는다.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그린란드의 해빙이 줄어들면서 내륙의 북극 식물은 과거보다 이른 시기에 자라난다. 10년 전에 비해 무려 26일 일찍 성장하는 식물도 있다. 순록이 몸에 익은 패턴에 따라 도착했을 때 식물은 이미 소화시키기엔 너무 단단해지고 영양도 떨어져 있다. 식물이 일찍 자라날수록 새끼 순록이 죽는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북부의 도요새는 봄에 농부들이 심은 보리밭에 둥지를 만든다. 그러나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도요새들은 농부들이 보리를 심기 전에 들판에 알을 낳는다. 이후 농부들이 트랙터로 밭을 갈면 도요새 알들이 피해를 입는다. 핀란드 자연사박물관의 안드레아 산탄겔리 연구원은 “40년 전에 비해 농부들의 파종은 일주일 앞당겨졌지만 새들의 번식은 2~3주 더 빨라졌다”며 “계절 불일치로 도요새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대륙 북부에 번식하는 눈덧신토끼도 지구 온난화로 최근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이 토끼는 봄부터 가을까진 갈색이지만, 겨울엔 털갈이를 해 온몸이 하얗게 변한다. 계절에 맞춰 위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털이 미처 갈색으로 바뀌기 전에 서식지의 눈이 일찍 녹아버리면서 토끼의 위장 능력이 사라지게 됐다. 털갈이 시점과 계절이 일주일만 차이가 나도 토끼가 스라소니 같은 천적의 먹이가 될 확률이 7%씩 증가한다. 지금은 털갈이 주기가 1~2주 정도 불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8주 정도 차이가 날 경우 눈덧신토끼는 멸종의 우려도 있다.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유럽의 딱새류도 최근 멸종 위기에 처했다. 딱새들은 겨울엔 아프리카에 살다가 봄엔 수천 ㎞를 비행해 유럽으로 와 떡갈나무에 기생하는 벌레를 먹고 알을 낳는다. 그러나 최근 떡갈나무 새잎이 평균 2주 빨리 돋아나면서 애벌레의 출현 시기도 빨라졌다. 딱새가 날짜에 맞춰 돌아왔을 때는 이미 먹을 만한 애벌레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산탄겔리 연구원은 “지구 역사에서 지금처럼 기후가 급격히 변한 사례가 없었다”며 “동식물들이 기후변화 속도에 맞춰 진화하지 못하면 멸종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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