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한반도]런민일보에 ‘北 철강산업 홍보 기사’…대북제재 완화 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0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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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전격 방중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환대로 북-중 관계의 급격한 개선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북-중 정상회담 나흘 만인 30일 북한 철강 금속 산업 발전을 격려하는 기사를 이례적으로 실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1월부터 대북 철강과 금속 수출을 전면 금지한 상태여서 문제의 기사 게재 배경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보였으니 북한 경제 발전에 필요한 철강 금속 제재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철강 금속 수출 금지 같은 대북 제재의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런민일보는 이날자 3면 왼쪽 하단에 ‘북한이 금속공업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국의 대북 제재로 북-중 관계 최악이었던 최근 몇 년 간 볼 수 없었던 일종의 ‘북한 격려’ 기사다.

특히 런민일보는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철 제강 기술을 더 완벽하게 해 철강 산업 능력을 높여야 한다, 철강 재료에 대한 국민 경제의 수요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부령철합금공장,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등이 새로운 철강 금속 생산 공정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자세히 소개했다. 런민일보는 “현재 적지 않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북한 종사자들은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전진하며 자력갱생하고 어려움 속에서 분투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기한 목표를 반드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기사를 마무리했다.

얼핏 북한 노동신문의 선전을 보는 듯한 이 기사는 김 위원장의 뜻에 따라 북한의 철강 금속 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철강 금속 수출 재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올해 중국 상무부가 1월 6일부터 철강 금속 등 대북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북-중 접경지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세관에서 “(못도 금속이기 때문에) 못 하나도 북한에 못 들어간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오가던 분위기와 크게 다르다.

중국에서 최고 권위 매체인 런민일보가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선전하기 시작한 셈이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북-중 교류 재개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부터 방문한 것은 대북 제재 해제를 통해 경제 지원을 얻으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많다.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은 현재 중국의 대북 경제 제재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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