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노동계 “週근로 35→ 28시간 단축” 파업… 기업들 아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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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 1위 대국 독일의 노동계가 ‘임금을 6% 인상하고 주당 노동시간을 35시간에서 필요한 경우 28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유럽은 지난해 11월 유로존 평균 실업률이 8.7%로, 2009년 1월(8.8%)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성장률 2.4%를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를 이끄는 나라는 독일이다. 유로존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독일의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3.6%까지 떨어졌다.

이에 독일 노동계는 “우리도 이익을 나눠 갖자”며 거리로 나섰다.

노동자 360만 명을 대표하는 금속노조 IG 메탈은 “회사들이 큰 이익을 내고 있고, 주가 배당도 10∼15% 올랐고, 관리자들의 월급도 올랐으니 (일반 노동자의) 임금을 6%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IG 메탈 주도로 8∼11일 독일 전역에서 한 시간 동안 파업하는 ‘경고 파업’을 진행했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전면 파업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파업에는 자동차 제조업체 포르셰, 전자기업 지멘스, 자동차부품 회사인 보쉬 등 대기업 직원을 포함해 노동자 16만 명이 참여했다. 고용주들은 임금 2%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임금 인상보다 고용주와 노동자 간에 더 첨예한 이슈는 노동시간. IG 메탈은 노동자들이 노인과 자녀, 친척을 돌봐야 할 경우 주당 28시간까지 일시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되 2년 뒤 풀타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건강이나 가족과 관련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주장이다. IG 메탈 제1대표 외르크 호프만 씨는 “임금이 낮은 사람도 노동시간을 줄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주당 28시간 일하는 노동자에게 매달 200유로의 보조금도 지급하라”고 기업에 요구했다.

고용주들은 “절대 수용 불가”라며 고용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려면 노동시간 축소뿐만 아니라 연장도 함께 가능하도록 협의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철강 산업 고용주를 대표하는 단체인 게잠트메탈은 주당 28시간 제도가 도입될 경우 전체 노동자의 25% 정도가 이용할 것으로 전망돼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진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독일의 연간 노동시간은 1363시간으로 회원국 중 가장 적다. 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1763시간)보다 400시간이나 적다. 게잠트메탈은 노동시간 축소를 주장하는 독일 금속회사의 근로시간은 2016년 주당 평균 35.4시간으로, 프랑스(35.8시간) 영국(37시간) 스페인(38.4시간)보다 더 적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노동시간 단축을 4번이나 언급하면서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이은 노동시간 단축 정책 추진에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게잠트메탈 사무총장 올리버 잔더 씨는 “노동력이 부족해서 철강회사의 22%가 생산설비를 풀가동하지 못할 정도인데, 노동시간을 더 줄여 달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특히 독일상공회의소(DIHK)의 기업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기업 운영의 가장 큰 리스크로 숙련공 부족을 꼽을 정도로 노동력 부족은 독일 기업들의 고민거리다.

기업의 고민은 독일의 경제 실적 호조에 대한 노동계의 권리 요구가 전 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화학 및 광산 노조인 IG BCE는 “이제는 엄청나게 거둔 이익을 노동자에게 재배분할 때”라고 주장했다. 우체국 노동자들도 “6% 임금 인상과 휴일 증가 중 하나는 내놔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IG 메탈과 지역 노동자연합은 조만간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세 번째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이 협상의 결과는 15일과 18일로 예정된 바이에른 지역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노사 협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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