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돈 탈탈 털어 생면부지 女 도운 노숙자에 수 억원 답지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2월 6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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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매클루어와 조니 바빗
케이트 매클루어와 조니 바빗
노숙자가 되기 전의 조니 바빗
노숙자가 되기 전의 조니 바빗
전 재산 2만원을 털어 어려움에 처한 생면부지 여성을 도와준 미국 노숙자가 수만 배를 돌려받게 됐다.

앞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인근 I-95번 고속도로 위에서 곤경에 빠진 운전자 케이트 매클루어(27·여)가 인근을 지나던 노숙자 조니 바빗(34·남)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연이 폭스뉴스 등을 통해 소개됐다.

케이트는 한밤중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자동차 연료가 바닥나 낯선 곳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어찌할 바 몰라 애태우던 케이트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인근 거리에서 1년 6개월 째 노숙하고 있던 조니 바빗 이었다.

그는 두려워하고 있는 케이트에게 “차에서 문을 잠그고 기다려라”고 말한 뒤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한참 후 다시 돌아온 조니의 손에는 20달러(약 2만1000원)어치의 연료가 쥐여 있었다. 멀리 떨어진 주유소까지 한 참을 걸어가 지닌 돈을 탈탈 털어 연료를 사온 것이다.

당시 케이트는 현금이 전혀 없어 그 자리에서 보답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조니는 대가도 전혀 바라지 않았다.

케이트는 무사히 집으로 갔고, 얼마 후 다시 조니를 찾아가 돈과 옷 먹을 것 등을 갖다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하다 싶어 본격적으로 ‘은혜갚기’에 나섰다.

조니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기 위해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 Fund Me)’에 사연을 올린 것이다.

케이트는 목표액을 당초 1만 달러(약 1000만원)로 잡았다. 적당한 아파트 임대료와 초기 생활비로 쓸 만큼을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은 예상을 뛰어넘어 며칠 만에 목표금액을 훌쩍 넘어섰다. 게다가 이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기부자는 점점 늘었고, 6일 (오후5시 기준)까지 1만4200여 명이 참여, 39만8977달러가 모였다. 우리돈으로 4억3600여 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케이트는 이미 그에게 우선 묵을 호텔을 얻어주고 노트북 등을 사다 준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트는 기부금 사용 계획에 대해 “우선 조니가 꿈꾸던 본인 소유의 집과 1999년형 포드 레인저 트럭을 사줄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조니의 이름으로 매년 일정한 돈을 받을 수 있는 신탁 계좌를 개설했다.

조니는 기부받은 돈으로 자신이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도움을 준 몇몇 기관과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이 모든 사연을 담은 비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네티즌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찾은 정보로 조니가 노숙자가 되기 전 간호학을 전공했고 3년 까지만 해도 응급구조대원으로 일했을 것으로 추정, 조니에게 직업의식이 남아 있어서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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