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청소년 “소방관이 꿈” 신뢰도 99%… 세계 1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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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남부의 믈룅 소방서에서 소방관을 꿈꾸는 JSP 학생들이 소화기 수업을 받고 있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학생들은 “꽃에 물 주듯 흩뿌리지 말고 불을 향해 정확히 호스를 아래로 내리고 조준하라”는 소방관 강사의 지시에 따라 몇 차례 
실습을 반복했다. 믈룅=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남부의 믈룅 소방서에서 소방관을 꿈꾸는 JSP 학생들이 소화기 수업을 받고 있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학생들은 “꽃에 물 주듯 흩뿌리지 말고 불을 향해 정확히 호스를 아래로 내리고 조준하라”는 소방관 강사의 지시에 따라 몇 차례 실습을 반복했다. 믈룅=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정각, 프랑스 파리 남부 도시 믈룅 소방서에 20명의 학생들이 빨간 모자와 파란색 소방관 제복을 입고 정자세로 줄을 섰다. 가에탕 갈리 대장으로부터 그날의 지시 사항을 전달받는 이들은 영락없는 소방관이었다.

이들은 프랑스 전역의 1600개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JSP(예비 소방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이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학교에서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오후에 4시간씩 4년 동안 수업을 받아야 한다.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대부분 소방관이 꿈인 이들은 이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이 수업에 참가하는 13세부터 18세 중고교생이 전국적으로 2만8000명에 이른다.

JSP 3학년인 장마티 뒤스코는 “가끔 불이 난 곳에 갇힌 사람들에게 달려가는 상상을 한다”며 “소방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게 정말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4년 동안 수업을 들으면 시험을 거쳐 이수증을 받는 동시에 소방관이 될 수 있다. 곧바로 정식 소방관으로 투입될 만큼 4년 수업 과정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뤄진다.

교실로 이동한 JSP 1학년 학생들은 1교시 소방 장비 이름을 외우는 시험을 치렀다. 소방관 선생님이 “아직 4년이나 공부할 시간이 더 있으니 몰라도 친구 답안지 보지 마라”며 긴장을 풀어줬지만 시험을 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넘쳤다. 1학년은 실무 장비 외에 국가와 시민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이웃과 함께 사는 조화 등 덕목들을 주로 배운다.

같은 시간 3, 4학년은 땀이 흠뻑 젖도록 마당을 뛰어다녔다. 체력은 소방관의 가장 기본 덕목이다. 정해진 시간에 동료와 조를 이뤄 소방 호스를 조립하고 던진 뒤 사고 현장에서 사람 모양의 인형을 구해 와야 하는 훈련이다. 순발력과 협동심이 동시에 필요하다. 차례를 기다리는 학생들은 “알레 알레(좀 더 좀 더)”를 외치며 동료들을 격려했다.

2교시가 되자 1, 2학년 학생들은 손에 소화기를 들었다. 강사로 나선 갈리 대장은 “전기로 인한 화재는 물로 불을 끄면 안 된다. 분말가루가 실내에 차기 때문에 분말 소화기도 실내에서는 안 된다. 실내에서 전기 화재가 나면 CO₂ 소화기를 써야 한다”며 시범을 보였다. 학생들은 돌아가면서 직접 소화기로 불을 꺼 보았다.

이처럼 전문적인 수업이 이뤄지다 보니 지난달에는 프랑스 북부 옹플레르 지역에서 JSP 4학년 학생이 체육 시간에 갑자기 쓰러진 동료 친구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 소방서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전문 소방관 20%와 생업에 종사하다가 정해진 시간 혹은 화재 발생 시 출동하는 자원 소방관 80%로 이뤄져 있다. 전문 소방관의 월급은 직급에 따라 250만∼500만 원으로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각종 수당을 합치면 적은 편은 아니다. 월급의 5분의 1을 퇴직 후 연금으로 받고 공무 중 사고를 당했을 때 가족에게 보상비와 연금이 전달된다. 시급 1만∼1만5000원을 받는 자원 소방관들은 내 손으로 우리 고장을 지킨다는 사명감이 높다.

이 때문에 늘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주로 알려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소방관들에 대한 존경심이 크다. 2014년 25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프랑스는 소방관 신뢰도가 99%로 1위를 차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여름 마르세유와 코르시카 화재 때 고생한 소방관 945명을 이달 7일 엘리제궁으로 초대해 저녁을 대접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소방관#프랑스#청소년#꿈#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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