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13>미국서 군인의 위상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9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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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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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young man who does not have what it takes to perform military service is not likely to have what it takes to make a living. Today’s military rejects include tomorrow‘s hard-core unemployed.’ (군 복무를 이행할 의지가 없는 젊은이는 생계를 꾸려갈 의지도 없다고 볼 수 있다. 지금 군대에서 거부당한 이들은 미래에 실업자가 될 공산이 크다)

군인에 대한 존경심이 물씬 풍기는 문장입니다. 군 복무를 통해 삶에 대한 책임감을 배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군대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죠.

이 말을 한 주인공은 미국인이 가장 존경한다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1917~63).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에 지원했으나 만성적인 허리 통증 때문에 거부당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해군에 들어가 두 차례 큰 공적을 세워 군인 최고 영예인 퍼플 하트 훈장을 받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군대 복무를 했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사실 그렇기에는 공적이 너무 화려합니다. 미군 현대화와 군사훈련 개선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했던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에서 발췌한 문장입니다.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워싱턴은 미국 정치의 중심지이자 군 시스템을 총괄하는 헤드쿼터(본부) 같은 곳입니다. 국방부를 비롯해 육군 해군 공군의 최고 사령부가 워싱턴에 있습니다. 매일 군 관련 기사가 쏟아집니다.

미국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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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쓰기 힘들었던 기사는 미국 군대와 무기에 관련된 기사였습니다. 미국 외교나 정치 기사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는데 군대, 무기를 다루는 기사는 왠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한국 군대를 가본 경험이 없으니 미국 군대도 알 리가 없었죠. 미국의 최신 무기에 대한 기사를 쓸 때면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정보를 구하기 힘들어 상상에 의존해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군대 경험이 있는 한국 다른 매체의 남자 특파원들도 미국 군대에 대한 기사는 쓰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구식인 한국 군대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국 군대는 비교하기 힘들더군요.

제가 거주했던 워싱턴 근교 알링턴은 미국 군대의 최고 결정기관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펜타곤’이라고 불리는 미 국방부도 정확하게 말하면 워싱턴이 아니라 알링턴에 위치해 있죠. 미국 내에서 군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알링턴에 살면서 정말 원 없이 군인들을 봤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의 군인에 대한 존경심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죠. 현역 군인, 퇴역 군인 가릴 것 없습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견돼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군인들이 많아서 동정심과 존경심은 더욱 커진 듯 합니다. 군인 취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라를 지킨다는 자긍심이 대단합니다. 미국은 존경심뿐만 아니라 민간인들에게는 주지 않는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군인들에게 제공합니다. 한마디로 미국은 군인으로 살아가기 괜찮은 나라입니다.

10월 1일은 한국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입니다. 한국에서는 군사정권의 역사 때문인지 군인, 군대라고 하면 왠지 부정적인 인상이 남아 있죠. 물론 모병제 미국과 징병제 한국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알링턴에 살던 시절 미군이 왜 강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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