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EU통합 ‘담대한 구상’… 메르켈도 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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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안보 망라한 결속 제안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프랑스 국가 대신 유럽연합(EU) 국가인 ‘환희의 송가’를 틀겠다.”

독일과 함께 EU 빅2 국가인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6일 “현재 EU는 너무 느리고 유약하며 비효율적”이라며 100분 동안 ‘EU의 담대한 전환’ 구상을 발표했다. 정치 경제를 넘어 에너지 농업 디지털 교육 에너지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한 연설에 독일 일간 디벨트는 “프랑스 대통령이 아니라 세계 대통령 같았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마크롱 대통령은 24일 독일 총선에서 약진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을 언급하며 “민족주의와 분열주의는 두 차례 세계대전의 비극으로 탄생한 유럽 통합의 원칙들을 해치고 있다”며 “단합된 민주주의로 다시 태어나자”고 말했다.

EU 재건 구상은 하나같이 파격적이다. 그는 EU 통합의 미답의 영역인 국방 분야를 통합 대상으로 명시하고 2020년까지 유럽 신속대응군을 만들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EU 차원의 국방 예산을 책정하고, 공동 방위 조약과 훈련 기관을 신설하는 안도 발표했다.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전담하던 유럽 안보를 EU가 독자적으로 맡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프랑스 군대에 유럽 병사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골칫거리인 난민과 관련해서는 위험에 처한 난민은 신속하게 구제하되 무분별한 유럽 내 유입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제안했다. 국가마다 다른 체계를 조율하기 위해 ‘유럽난민청’을 설립하고 유럽 표준 증명 문서를 마련하되, 국경 보호를 위해 유럽국경경찰을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테러를 막기 위해 EU 차원의 대테러 전담 조직과 정보요원을 양성하는 아카데미 신설도 제안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EU가 공동 예산을 만들고 재무장관을 신설해 EU 의회의 통제를 받자고 제안했다. 재정 분야를 넘어 독자 영역이던 조세 분야의 통합도 주장했다. 국가마다 다른 법인세를 2020년까지 일원화해 다국적 기업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덤핑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가 발표 장소를 파리 소르본대로 정하고 유럽 각국 학생 1000여 명을 초대한 것은 EU 통합이 청년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유럽의 모든 국가 학생들이 6개월 이상 다른 유럽 국가에서 살도록 해 유럽인 모두가 최소한 2개 언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EU 차원에서 학위를 주는 대학 20곳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실행을 위해 유럽 강국 독일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내년 1월 22일 양국이 개척자 정신을 발휘해 2024년까지 기업들에 같은 규칙을 적용하도록 시장을 통합하는 내용의 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내 친구 마크롱이 유럽인으로서 의미 있는 연설을 했다”고 극찬하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로드맵을 정하는 과정에서 모든 아이디어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정작 키를 쥐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는 버거운 제안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24일 총선에서 힘겹게 승리한 메르켈 총리는 당장 자유민주당과 연정 협상에 착수해야 하는데, 마크롱 대통령이 주장하는 안 가운데 EU 공동예산과 재무장관 신설은 자민당이 반대하고 있다. 니콜라우스 마이어란트루트 주프랑스 독일대사는 26일 “독일은 아직 그런 구체적인 제안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마크롱#eu통합#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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