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때처럼… 트럼프 치켜세운 러

“1945년 美-러의 유럽해방 연상… 반세기 동안 세계의 운명 결정”
푸틴-트럼프 회담 성과 홍보 떠들썩

“1945년 4월 당시 독일 엘베강에서 러시아 붉은군대와 미군이 만나 파시즘으로부터 유럽을 자유롭게 했던 그 만남과 흡사하다.”

러시아 유력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역사적인 회담”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이어 “양국은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세계의 운명을 결정해 왔다”고 전했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에서 양국 정상이 처음 만난 것을 부각하며 눈엣가시인 독일을 비판하고, 미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교묘한 비유였다.

국가 통제를 받는 러시아 언론들은 미-러 정상의 첫 만남이 136분간의 긴 회동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자 한껏 들떴다. 국영 방송 ‘러시아1’의 주말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 패널들은 “러시아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비판을 받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을 내치고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을 미사일로 공격하자 트럼프를 비판과 조롱의 대상으로 다뤄왔다. 그러나 지난 주말부터 트럼프를 언급하는 러시아 언론의 기조는 지난해 대선 당시 미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 후보로 치켜세웠던 때와 비슷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TV에서 보던 트럼프와 실제로 만난 트럼프는 전혀 달랐다”며 만족을 표시했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9일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푸틴 중 누가 이겼는지 묻지 마라. 둘 다 이겼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아주 만족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연회 때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바로 옆에 나란히 앉아서 양성평등과 경제 분야 여성 참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