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와 건설적 협력” 푸틴과 ‘시리아 휴전’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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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서 2시간16분 정상회담
정부군-반군, 남서부지역 휴전 돌입
트럼프-푸틴, 대선개입 의혹엔 대립… 美-러 당국, 회담 내용 싸고 공방
푸틴 “저 사람들이 괴롭히나요” 트럼프 “맞아요 바로 저들입니다”
회담 시작전 기자들 겨냥 뒷담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재로 9일 정오부터 시리아 남서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휴전이 이뤄졌다고 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푸틴 대통령과 나는 시리아 일부 지역의 휴전을 놓고 협상했다. 이제 러시아와 건설적 협력을 향해 전진할 때다”라고 성과를 부각시켰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제사회의 중재를 통한 내전 휴전이 시도됐지만 곧 교전이 재개됐다. 그러나 이번 휴전은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의 7일 직접 대면 협상에 따른 것이라는 데서 의미가 크다. 두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함부르크에서의 첫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합의 직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저들이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인가요?”(푸틴 대통령)

“맞습니다. 바로 저 사람들입니다.”(트럼프 대통령)

두 정상은 7일 회담 시작 전 기자들에 대한 뒷담화로 ‘아이스브레이킹(서먹함 줄이기)’에 나섰다. 두 정상은 이내 미소를 교환하며 본격적인 회담에 들어갔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담은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긴 2시간 16분 동안 이어졌다. 회담이 지나치게 길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회담 장소로 들어가기도 했지만 두 정상의 대화는 백악관 안주인의 등장 이후에도 1시간이나 더 진행됐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양국이 분명한 견해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위터에 “푸틴 대통령에게 미 대선에 개입했는지 두 번 강하게 밀어붙이며 물었지만 그는 격렬하게 부인했다”고 밝혔다. 7일 회담 뒤 브리핑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이 말한 러시아의 대선 개입은 사실이 아니라는 발언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반박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8일 CNN과 CBS방송에 출연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라며 “러시아가 체면을 세우려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한 것을 알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알고 있지만 이를 인정하지만 않을 뿐”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미국도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의 ‘희망사항’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WP는 러시아가 2014년 4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미국이 취하고 있는 대(對)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그랜드바겐(대타협)’은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9일 트위터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제재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BBC는 보디랭귀지 전문가인 메리 시비엘로를 인용해 G20 회의와 미-러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 반면 푸틴 대통령은 다소 초조해했다고 분석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위은지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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