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으로 석방된 웜비어, 北 호텔서 선전물 뗐다가 15년 노동교화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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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6월 16일 1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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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상태로 북한의 억류에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는 지난해 1월 평양에 관광을 갔다가 호텔에서 북한의 선전물(정치 구호가 담긴 표식이나 배너)을 훔친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웜비어는 중국 시안에 본사를 둔 북한전문여행사 ‘영 파이어니어 투어스’를 통해 북한에 여행을 떠났다가 출국 하던 날 (2016년 1월 2일) 평양 공항에서 체포됐다.

북한은 약 두달 후인 2월 29일 웜비어를 직접 출석시킨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열고 웜비어가 반(反)국가행위를 해서 체포됐다고 알렸다.

잔뜩 움츠린 자세로 경비원의 경호를 받으며 회견장에 끌려나온 웜비어는 “양강도국제호텔 종업원 구역에서 정치적 구호가 담긴 선전물을 떼어버리는 범죄를 범했다”며 허리를 굽혀 사죄의 인사를 했다.

그는 가끔 흐느끼면서 “미국 행정부에 꾐에 빠져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 미국이 나처럼 자국민을 부추겨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북한 당국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북한 당국자는 외신에 웜비어가 출국 전날 새벽 2시에 호텔 2층 종업원 구역에서 미리 챙겨온 발소리가 적게 나는 신발(quiet shoes)을 신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다음 달 (3월) 재판에서 웜비어에게 ‘체제전복음모죄’를 적용해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했다.

웜비어는 훔친 선전물을 친구 어머니에게 전리품으로 주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웜비어는 억류 18개월 만인 지난 13일 ‘식물인간’상태로 석방됐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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