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외교단지서 자폭테러, 최소 80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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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밀집지역 출근시간 겨냥… 폭탄 실은 물탱크 트럭 폭발
1km 떨어진 한국대사관도 피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교 공관 밀집 지역에서 폭탄을 실은 물탱크 트럭이 폭발하면서 최소 80명이 사망하고 350명이 다치는 대형 테러가 벌어졌다. 폭발 현장에 깊이 4m의 구멍이 생겼을 만큼 강력한 폭발이었다.

이번 테러는 출근 시간대인 31일 오전 8시 22분 카불 중심가인 와지르아크바르칸 지구 잔바크 광장 인근에서 발생했다. 이 일대는 각국 대사관 공관과 외교부 등 정부청사, 대통령궁과 고위 관료 저택 등이 밀집한 지역이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독일대사관에서 365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물탱크를 실은 트럭이 폭발하면서 출근길로 북적이던 도로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사상자 대다수는 출근길에 나섰던 시민이다. 현장엔 검은 버섯구름이 치솟았고 비명과 구급차 소리로 가득했다고 BBC가 전했다. 차량 50여 대가 파손돼 길이 막히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돼 구조에 애를 먹었다.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승용차로 부상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당시 인근 은행에서 일하고 있던 무함마드 하산 씨(21)는 “지진이 난 것 같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폭발 지점에서 1km가량 떨어진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건물에서도 유리창이 깨지고, 본관 옆 가건물 천장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카불에는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직원 등 한국인 25명이 거주하고 있다. 카불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A 씨는 기자에게 “테러 직후 카카오톡을 통해 한국인들의 안전을 확인했는데 모두 무사했다”고 전했다.

테러 현장과 인접한 외교 공관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독일대사관 소속 아프간인 경비원 1명이 사망하고 직원 여러 명이 다쳤다고 독일 외교부가 밝혔다. 본보가 접촉한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독일대사관과 현지 주재기관 직원 일부가 이날 오후 아랍에미리트(UAE)로 피신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본대사관에서도 일본인 직원 2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는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주요 테러단체인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중 한 곳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은 테러 발생 이후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해 IS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아프간#자폭테러#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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