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정부서 또 다시 벌어지는 ‘사드 소모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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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2대 외에 4대가 국내에 추가 반입된 사실을 알고 어제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서 추가 반입 사실을 그제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제가 된 발사대 4대의 국내 반입은 새 정부 출범 전에 이뤄졌지만 문 대통령은 반입을 누가 결정했고, 어떤 경로로 반입했는지,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새 정부에 지금까지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 등을 조사하도록 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가 전격 배치된 것은 지난달 26일 새벽이었다. 당시 배치된 장비는 중국이 탐지거리가 자국까지 미친다며 반발하는 X밴드 레이더 1대와 미사일 발사대 2대, 교전 통제소 등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그때도 이미 주한미군이 발사대 4대를 추가로 반입해 보관하고 있으며, 성주에 배치된 2대 외에 4대가 경남 김해 중앙고속도로에서 목격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통상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대로 구성되므로 한미가 사드를 한국에 배치키로 한 이상 발사대 6대 반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가 발끈한 것은 국방부가 25일 국정기획자문위에 대한 업무보고 때 사드 발사대 2대 배치만 보고했을 뿐 4대 추가 반입을 누락한 것이 보고 의무 위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엔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하나 청와대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해 양측 주장이 진실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군이 만일 새 정부에 사드 반입 현황을 의도적으로 허위 보고한 것이라면 무슨 이유에서든 정당화하기도, 책임을 면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조용히 진상을 먼저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해도 됐을 텐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조사부터 지시한 것은 오히려 논란을 키울 소지가 있다. 당장 야당은 사드 백지화를 위한 여론몰이나 새 정부 첫 내각의 인사검증 부실 논란을 피하려는 국면전환용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사드는 미국이 유사시 주한미군 기지 보호 등을 위해 방어 체계를 도입하는 것으로 굳이 공론화해 국제적 논쟁을 야기할 필요도 없었다.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가 심지어 공격용 전략 무기를 도입하면서 주변국의 양해를 구하는 일이 있는가. 북한이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막기 위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대공방어망 체계의 하나에 불과한 사드를 갖고 도입이 옳으니 그르니, 추가 반입을 보고했는지 안 했는지 이렇게 소란을 떠는 나라가 또 있을까. 더구나 사드 문제는 이미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국제적 이슈다. 새 정부는 사드 문제로 또다시 소모전을 벌이는 것이 국익에 과연 무슨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경북 성주골프장#사드#사드 추가 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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