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이틀전 마크롱 이메일 해킹 당해… 러 정보기관 지원받는 해커그룹 의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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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 결선투표]마크롱측 회계정보도 유출돼… 가짜 뉴스와 섞여 SNS에 유포
美 이어 유럽서도 ‘정치 해킹’ 공포

프랑스를 4차 산업혁명 선도 국가로 만들겠다는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도 선거에 개입하려는 해커들의 공격을 피해 갈 수 없었다.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거나 당선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의 해킹은 지난해 미국에서 위력을 발휘했고 프랑스 대선에서도 결선 투표 이틀 전 지지율 1위 후보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

정체불명의 해커들이 유출한 마크롱 후보 측의 이메일과 당의 회계 정보 9GB(기가바이트) 분량은 공식 선거운동이 종료된 6일 밤 12시를 몇 시간 앞두고 #MacronLeaks(마크롱리크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3시간 반 만에 이 해시태그는 4만7000번이 사용됐다. 대선일 투표 마감 44시간 전부터는 선거운동은 물론이고 언론 보도가 법적으로 금지돼 후보자 측이 해명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계획된 범행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즉각 언론에 유출된 이메일과 문서의 내용을 보도하지 않도록 명령하며 “이 문서를 출판하거나 복제해 퍼뜨릴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퍼지고 있는 문서 중에는 허위도 많아 진짜와 가짜 문서가 뒤섞여 전파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반드시 조사할 것”이라고 말해 후폭풍은 선거 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량 해킹 행태와 과정은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캠프 핵심 인사의 이메일 유출과 흡사해 러시아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웹 분석회사 트렌드마이크로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민주당 해킹을 주도한 러시아 크렘린궁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는 사이버 위협 그룹 ‘APT28’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유출된 문서 중 일부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엑셀 러시아어판이나 러시아어 사용 컴퓨터로 편집된 흔적이 발견됐다.

마크롱 캠프의 디지털 디렉터 무니르 마주비는 “지난해 12월 이후 매달 수천 번의 해킹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 시도 역시 러시아가 후원하는 해커그룹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비판적인 마크롱의 당선을 막기 위해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현실화됐다는 추정이다.

뉴욕타임스는 극우 성향인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미국 극우주의자들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장 먼저 유출된 문서를 온라인으로 연결한 것은 미국 극우 잡지 ‘반란(The Rebel)’을 내는 친트럼프 활동가 잭 퍼소빅이었다.

르펜 캠프 진영과의 연계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르펜은 3일 TV 토론 때 넌지시 “마크롱 후보에게 해외에 숨겨진 계좌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운을 띄웠고 이후 SNS에서는 “마크롱이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바하마에 계좌가 있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마크롱은 4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르펜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FN 플로리앙 필리포 부총재는 6일 밤 12시를 2분 앞두고 ‘마크롱 리크스로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던 조사가 드러나는 것인가’라는 글을 올려 마크롱과 관련해 뭔가 숨겨진 내용이 있는 것 같은 연막을 피웠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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