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유권자, 기성정치 심판… ‘아웃사이더 대통령’으로 새 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佛대선 결선투표]마지막 여론조사도 마크롱 앞서
“총리 정해놨다” 집권 프로젝트 착수… 루브르박물관 입구서 승리연설 계획
투표율 낮아… 르펜, 막판 역전 기대

7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39)는 프랑스 북부 파드칼레 지역의 르투케,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FN) 여성 후보 마린 르펜(48)은 같은 지역 에냉보몽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환한 표정으로 투표를 마쳤다. 두 후보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하며 이날 밤 승리가 확정된 직후 각각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입구인 유리 피라미드 건축물 앞과 프랑스 동부 뱅센 숲 근처 샬레 호수에서 지지자들과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프랑스 최초의 30대 대통령이냐, 최초의 극우 혹은 여성 대통령이냐, 프랑스 역사의 새 페이지를 쓰게 될 결선투표가 진행된 이날 유권자 4600만 명의 선택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제5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59년간 프랑스 현대 정치를 양분해 온 우파 공화당과 좌파 사회당이 모두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첫 결선투표의 투표함이 열리기 전부터 현지 언론은 마크롱의 루브르행을 유력하게 점쳤다.

○ 최종 여론조사에서도 마크롱 유력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인 5일 3개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르펜을 24∼26%포인트 차로 앞섰다. 최대 변수로 여겨졌던 3일 양자 TV 토론에서 마크롱이 르펜을 압도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는 분위기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입소스와 함께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지난달 30일보다 4%포인트 오른 63%를 얻어 4%포인트 빠져 37%에 그친 르펜을 크게 앞섰다.

마크롱은 이미 집권 이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는 5일 RTL 인터뷰에서 “이미 총리를 결정했다”며 “6월 총선에서 ‘앙마르슈’를 다수당으로 이끌 수 있는 정치적 경험이 많은 인물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미 프랑스 언론은 대선에 세 차례나 출마했던 중도파의 거물 프랑수아 바이루 전 교육장관이나 중도와 좌파 진영에 신망이 높은 장이브 르드리앙 현 국방장관 등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마지막 최대 변수는 역시 투표율이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해 화제가 됐던 프랑스 물리학자 겸 여론 분석가 세르주 갈랑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마크롱 지지자들의 소극적인 투표로 기권이 많을 경우 근소한 차로 르펜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낮 12시 현재 투표율은 28.2%로 1차 투표(28.5%) 때와 비슷했다. 2012년 대선(30.7%)과 2007년 대선(34.1%) 때보다는 낮은 수치였다. 투표율이 낮으면 충성도가 높은 르펜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마크롱 진영은 막판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 프랑스도 반세계화 열풍 이미 진입

이번 프랑스 대선은 여러 기록을 세웠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두 자릿수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한 무능 대통령으로 인식되며 프랑스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조차 못하는 상황이 됐다. 여당 후보는 1차 투표에서 5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었다. 대선 결선 투표에 오른 2명의 후보가 보유한 국회의원이 전체 577명 중 2명뿐인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기성 정치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불만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 질서를 뒤엎고 싶은 프랑스인들의 욕구는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및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져온 반세계화와 보호무역의 열풍과도 맥이 닿는다. 친자유무역, 친유럽연합 후보인 마크롱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선거 직전 위기의식을 느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례적으로 다른 나라 선거에 개입하면서까지 마크롱 후보 지지 선언을 할 정도로 이미 보호주의 열풍은 프랑스를 넓게 뒤덮고 있었다. 1차 투표 때 마크롱 후보를 제외한 10명의 후보가 사실상 반EU 공약을 내걸었고, 마크롱 역시 “EU의 개혁 없이는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가 일어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을 정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친EU와 자유무역을 대변하는 마크롱은 주로 도시 고학력 고소득 유권자층에서 강세를 보였다. 유로존 탈퇴,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르펜은 지방 저학력 저소득 실업자 25세 미만 젊은층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사회에 불만이 많은 저소득 계층이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을 이끌었던 것과도 같은 흐름이다.

이 때문에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 프랑스 언론들은 마크롱의 득표율이 55% 이하일 경우 당선 이후 국정 장악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르펜 당선은 막아야겠지만 마크롱이 대안은 아니라는 프랑스 유권자가 많았던 것도 마크롱을 부담스럽게 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마크롱#프랑스#대선#대통령#중도#보수#르펜#지지율#결선투표#여론조사#eu#앙 마르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