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르펜, 佛대선 결선투표 앞두고 양자 TV토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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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르펜, 둘만의 각본없는 설전… 1인당 발언 시간 1시간 넘게 주어져
가치관-정책 차이 뚜렷이 드러나
“거짓말이다” “흥분말고 물 드시라”… 토론 격해져 비방-조롱 발언도

마주 보고 앉은 두 후보 사이의 간격은 2.5m. 최적화된 스튜디오 온도 19도. 카메라 14대가 그들을 둘러쌀 뿐이다. 특별한 시나리오는 없다. 3일 밤(현지 시간) 프랑스 대선의 백미라고 불리는 양자 TV토론이 열렸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와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마주 보고 앉아 2시간 33분간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 모습을 프랑스 국민 약 1500만 명이 TV 앞에 앉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부동층 18%는 마지막 TV토론이자 처음으로 양자가 벌이는 이 토론을 보고 후보를 결정한다. 규칙은 토론이 끝날 때까지 같은 양의 발언을 하는 것이다. 토론이 끝난 순간 멈춘 타이머에는 르펜 1시간 2분 50초, 마크롱 1시간 2분 32초가 찍혀 있었다.

다섯 명의 후보가 엉켜 중구난방으로 토론하는 한국과 달리 후보당 한 시간이 넘게 자신의 생각을 상세하게 밝히고 상대의 허점을 파고든 이날 토론은 유권자들에게 두 후보의 가치관과 정책 차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했다.

두 후보는 모두 프랑스를 상징하는 파란색을 패션 코드로 택했다. 마크롱은 파란색 재킷에 파란색 넥타이를 맸고, 르펜은 파란색 재킷을 입고 나왔다.

본격적인 토론의 첫 주제는 두 자릿수에 달하는 프랑스의 실업 문제였다. 사회당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마크롱이 더 많은 발언을 하며 주도했다. 그는 “노동시장을 더 유연하게 하되 노동자에게 안전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하자 르펜은 “경제장관 때 뭘 했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르펜이 “연금 받는 은퇴연령을 60세로 낮추고 젊은이들을 위한 주거 복지도 늘리고 동네 의사도 늘릴 것”이라고 하자 마크롱은 “당신 연금 공약에만 300억 유로가 들어간다. 세금은 깎는데 무슨 돈으로 그걸 다 하느냐. 결국 우리 아이들이 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보 주제로 들어서자 공수가 바뀌었다. 르펜은 “마크롱은 안보에 대해 아무런 프로그램이 없다. 프랑스 땅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마크롱은 “국경 폐쇄가 해법은 아니다. 국경 넘을 때 신분을 밝히는 테러범이 어디 있나. 유럽연합(EU)과 협력을 해야 하는 이유”라며 “증오와 분열로 프랑스 내전을 유도하는 르펜을 테러리스트들은 사랑한다”고 맞받았다.

르펜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프랑스는 한 여성의 지휘를 받을 것이다. 내가 아니면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이라며 독일이 주도하는 친(親)EU 주장을 펼치는 마크롱을 공격했다. 마크롱은 “나는 독일과 협력할 것이다. 그 대신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친러 주장을 펼치는 르펜을 비판했다.

토론 분위기가 격해지면서 상대를 비방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마크롱은 르펜이 말할 때마다 “거짓말이다. 난센스”라며 학생을 가르치듯 설명했고, 르펜은 마크롱이 말할 때마다 “너무 흥분하지 말고 물 한잔 마시세요”라며 조롱하는 듯 웃었다. 프랑스 BFM TV가 토론 후 실시한 시청자 조사 결과 63%가 마크롱이 더 잘했다고 응답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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