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개헌 시기 성숙”… 70년 평화헌법 기로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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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가능 국가’ 개헌 추진 본격화
아베 “올해 역사적 걸음 내디딜것”… 현직총리로 개헌파 행사 첫 참석
개헌발의 필요 의석 이미 확보… 나카소네 前총리도 지지 발언
개헌반대 여론 1년새 5%P↓… 北도발도 지지여론 확산시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평화헌법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3일로 시행 70주년을 맞는 평화헌법은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의 뜻으로 전쟁 포기와 평화주의를 내세워 국제적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 국민들도 10명 중 9명이 평화헌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는 아베 총리가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평화헌법을 바라보는 일본 국민들의 인식에도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개헌 지지 세력이 국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데다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을 꿈꾸는 아베 총리가 2021년까지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했다. 이들은 개헌의 호기(好機)가 찾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미국과 북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안보 불안감이 부쩍 높아진 것도 개헌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1일 ‘신헌법제정의원동맹’이 주최한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추진대회’에 참석해 “개헌의 때가 성숙했다. 올해에 반드시 역사적인 한 걸음을 내딛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개헌을 지향하는 초당파 의원들의 행사에 현직 총리가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과거에는 헌법에 손가락 하나도 대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은 매우 소수”라며 “요구되는 것은 개헌을 위한 구체적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훌륭한 방안도 국민투표로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개헌이 실현될 수 없다”며 집권 자민당에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인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 모임 회장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도 99세의 노구를 이끌고 참석해 “현행 헌법은 헌법의 결함과 동시에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개헌에 힘을 실어줬다.

아베 정권과 일본 우익세력이 가장 손대고 싶어 하는 것은 헌법 9조의 ‘(일본은)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이 부분을 바꿔야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1955년 창당 때부터 ‘헌법의 자주적 개헌’을 당의 실행 목표로 내걸었다. 평화헌법은 연합국총사령부(GHQ)의 강요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직도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를 바꿔선 안 된다는 여론이 높지만 현실에선 지난해 3월 시행된 안보법제로 인해 야금야금 훼손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운 안보법제하에서 자위대의 활동 범위는 부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남수단에서 근무하는 육상자위대에 ‘출동경호’ 명령이 내려진 데 이어 지난달 30일 해상자위대에는 미 해군 보급함에 대한 ‘무기 등 방호’ 명령이 시행됐다. 이 임무 수행을 놓고 일부 언론은 벌써부터 ‘미일 군사일체화’를 부르짖고 있다.

개헌을 둘러싼 일본 내 여론은 양분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 반대’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늘고 있다.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과 중국의 팽창주의 속에 개헌론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는 양상이다.

2일 발표된 아사히신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은 50%로 ‘필요하다’는 응답 41%보다 9%포인트 높았다. 개헌 반대 응답이 지난해보다 5%포인트 하락한 반면 개헌 찬성 응답은 지난해에 비해 4%포인트 늘었다. 지난달 30일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선 ‘개헌이 필요하다’가 60%, ‘필요하지 않다’가 37%로 개헌 찬성 의견이 훨씬 많았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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