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더’ 변신 트럼프, 정책 추진은 곳곳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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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앞두고 엇갈린 명암


“취임 100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애써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취임 후 100일 동안 미국을 싹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때와는 사뭇 달라졌다. 그는 이날 “당시 (취임 100일) 계획은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게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100일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로, 취임 100일쯤 실시된 1950년대 이후 대통령의 지지율 가운데 최저치다. 두 번째로 낮았던 빌 클린턴의 1993년 4월 지지율은 50% 중반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더로 변신에 성공했지만 좀처럼 정책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 집무실에 앉자마자 추진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데 이어 야심 차게 추진했던 자신의 1호 법안인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가 지난달 하원 표결에서 무산되며 급속히 정책 추진력을 잃었다. 대선 기간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러시아와의 유착설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이어지며 아직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 다른 종류의 대통령 리더십일 뿐”이라며 자질론을 일축했다. 이어 “굉장히 성공한 것도 있었다”며 공석이었던 대법관 자리에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판사 임명을 가결시켜 대법원의 균형추를 오른쪽으로 가져온 것을 치적으로 내세웠다. 또 군수업체인 보잉과 록히드마틴을 압박해 항공기 구입 예산을 아낀 것도 자랑 삼아 얘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록히드마틴을 불러 ‘다른 업체를 알아보겠다’고 한 다음 보잉을 불러 입찰 경쟁을 시키기도 했다”며 뒷얘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격적이고 전격적인 외교, 안보 결정을 통해 역으로 국내 지지 기반을 다지는 노련함도 보여줬다. “처음으로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미 주류 언론이 칭찬한 7일 시리아 깜짝 폭격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P에 “최고사령관직은 인간적인 책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폭격 지시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석 달 넘게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행보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중요 결정이나 발언을 트위터를 통해 밝히는 돌발 행동은 여전하고, 주요 정책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 대선 후보 때와는 달리 돌연 친중 반러 행보를 이어가는가 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입장도 갑자기 호의적으로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 폐지 등 취임 100일 목표가 상당 부분 이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누군가 그런 (취임 100일) 계획에 대해 말했던 것 같은데… 글쎄 내가 생각한 것들이 대부분 있기는 했다”면서도 “상황은 변한다. 또 (정책 추진에는) 유동성이 있어야 한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했다. 그는 이번 주 내내 언론과 연쇄 인터뷰를 하고, 29일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지지자가 결집한 대규모 집회를 열며 ‘100일 치적 알리기’에 나선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트럼프#인사이더#취임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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