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도쿄도지사 독자세력화 가속… 아베에 도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7월 도의회 선거 앞두고 세 확대… “자민당 빼고 과반의석 차지할 것”
자민-민진당 출신들 속속 합류… 아베보다 지지율 10%P 이상 높아

‘자민당을 빼고 지지 세력만으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겠다.’

최근 일본 정계에서 ‘태풍의 눈’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5·사진) 도쿄 도지사는 18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지 세력에 자민당은) 들어 있지 않다”며 7월 도쿄 도의회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 신문은 “자민당과 전면 대결하는 자세를 다시 한 번 선명히 했다”고 풀이했다.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 소속이지만 자신이 이끄는 ‘도민 퍼스트회’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방침이다. 42개 전 선거구에 후보를 낼 계획이고 벌써 25명을 공천했다. 언론에서는 127석 중 단독 과반수인 64석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이케 지사의 힘은 압도적 지지율에서 나온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15, 1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그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지율만 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보다 10∼20%포인트 높다.

고이케 진영은 기존 정치인들을 흡수하며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다. 야당인 민진당에서는 도의회 선거 공천을 받은 36명 중 9명이 탈당하고 대부분이 고이케 진영과의 연대 방침을 밝혔다. 자민당에서도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다. 도민 퍼스트회 공천자 25명 중 11명이 자민당 출신이다.

‘고이케 대세론’이 형성되자 전통적으로 자민당과 연합 전선을 구축했던 공명당이 연대 방침을 밝혔다. 민진당 지지 세력이었던 노조연합단체 렌고(連合) 도쿄지부도 고이케 지지를 발표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8월 취임한 후 ‘투명한 행정’을 내걸고 과감한 개혁을 연달아 추진했다. 지난해 말 예정됐던 쓰키지(築地) 시장 이전을 연기했고 이를 추진했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 도지사를 청문회에 세웠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비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신축 경기장 3곳의 건설을 보류했다. 친정인 자민당의 반발에도 ‘성역’으로 여겨졌던 쪽지예산을 없앴고 “공역을 지키겠다”며 자신의 급여를 절반으로 깎아 도민의 열광적 호응을 얻었다.

방송사 앵커 출신인 그는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라이벌을 도왔다는 이유로 한동안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도지사 선거에서는 자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고 독자 출마해 자민당 공인 후보를 100만 표 이상 앞서며 당선됐다. 고이케 지사가 도의회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경우 자민당을 나와 전국 정당을 만든 뒤 아베 총리의 ‘1강(强) 체제’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고이케#도쿄도지사#아베#도의회#선거#일본#지지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