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폭탄테러서 온몸 던져 딸 살린 母… 남편 “딸 눈앞에서 죽었다”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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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4월 5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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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루시아 렙키나 인스타그램
사진=마루시아 렙키나 인스타그램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당시 자신의 온몸을 방패삼아 딸을 감싼 50대 어머니의 사연이 전 세계인을 울리고 있다. 온몸을 내던진 엄마는 딸을 살리고 목숨을 잃었다.

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테러로 숨진 14명 중에는 러시아의 유명 인형 제작업자인 이리나 메디안체바(50)가 포함돼 있다.

테러 당시 이리나는 딸 옐레나(29)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벨리키 노브고로드시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때 소화기로 위장한 폭탄을 소지한 테러범 아크바르존 잘릴로프(22)가 이리나 모녀가 타고 있던 전동차에 탑승했다.

잠시 후 열차가 센나야 광장 역을 지나던 순간 폭탄이 터졌다. 폭발물에는 살상력을 높이려는 듯 각종 철물과 유리 조각, 쇠구슬이 담겨 있었다.

딸을 온몸으로 감싸느라 이를 고스란히 맞은 이리나는 중상을 입었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을 거뒀다. 스스로 ‘인간방패’가 된 엄마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진 옐레나는 4일 밤 수술을 받은 뒤 현재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옐레나의 아버지이자 이리나의 남편인 알렉산드르 메디안체바는 “엄마가 딸의 눈앞에서 죽었다. 난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며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리나의 친척이라고 밝힌 마루시아 렙키나는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인형은 이리나가 만든 것”이라며 이리나와 그가 만든 인형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오늘 그녀가 상트페테르부르크 폭탄 테러로 숨졌다. 우리 가족은 충격에 빠졌다. 우리 가족에게 이런 재앙이 닥칠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었다”며 “이리나, 당신은 진정한 예술가였다. 당신이 만든 모든 인형들에는 당신의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라며 이리나를 애도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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