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 적었다가 ‘망신살’…국가 역사기록물된 트럼프 트위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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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위대한 미국인들을 섬기게 되서 영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1월 21일 트위터에 이런 ‘멋진 포부’를 밝혔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영광이다’란 단어를 ‘honored’가 아닌 ‘honered’로 잘못 쓴 사실이 알려지며 급기야 ‘맞춤법도 틀리는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타를 수정했다가, 나중엔 아예 해당 글을 삭제해버렸다.

하지만 논란은 더 커졌다. 해당 글이 개인 트위터 계정(@realDonaldTrump)에 올라왔지만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글을 임의로 수정, 삭제해도 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1978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 등 핵심 관료의 재임 중 기록은 전부 국가가 소유한다’도 규정하고 있다. 아날로그, 디지털을 포함해 어떤 형식의 기록도 다 해당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개인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쏟아낸 모든 글들은 원본뿐만 아니라 수정, 삭제된 부분까지 모두 공식 국가기록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이런 사실은 데이비드 베리에로 국가기록원장(NARA)이 민주당 클레어 매카스킬(미주리), 톰 카퍼(델라웨어) 상원의원에게 보낸 답장 편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3일(현지 시간) 알려졌다.

의원은 페리에로 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지우거나 고치는 일이 잦다며 보전 필요성을 제기하는 서한을 보냈다. NARA 측도 공감해 2월 2일 백악관 법률 사무실을 찾아 ‘트윗 보존 요청’을 했으며, 백악관은 내부 검토를 통해 받아들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어떻게 보존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윗도 보존됐는데 당시엔 자동 보존 장치가 사용됐다.

자신이 남기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미국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질’이 얌전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는 대선에 도전하던 지난해 4월 ‘트위터 독설’이 구설수에 오르자 “대통령에 당선되면 트위터를 끊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일부터 3월까지 개인 트윗 계정에 올린 트윗 수는 357개. 같은 기간 오바마 대통령이 올린 글(37개)의 10배에 가깝다.

WP는 “트럼프는 ‘느낌표(!) 성애자’로서 트윗 글 10개 중 6개에 느낌표가 달려있다. ‘FAKE NEWS!’(가짜 뉴스!)라며 상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거나, 정책 홍보를 한참 한 다음 ‘Enjoy!’(즐겨라!)라며 유인하는 식”이라고 분석했다.

트위터 애호가인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국인의 심경은 편하지 않다. 맥클라치-마리스트가 지난달 22~27일 18세 이상 미국인 106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에 대해 ‘신중치 못하다’고 답했다. 공화당원 중 45%도 이에 동의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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