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도청’ 의혹 불씨 살아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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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정보위원장 “오바마정부, 트럼프 관련 정보 수집”
의혹 부인하던 입장 돌연 바꿔… 민주당 “중립성 심각한 의문” 비난
트럼프 “새로 발견한 사실 높게 평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럼프 캠프 도청 의혹 사건이 거짓말로 마무리되는 듯하더니 급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 의혹을 부인했던 하원 정보위원장이 돌연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정보기관들이 트럼프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정보기관들이 트럼프 인수위원회 소속 인사들의 정보를 모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새 정부 인사의 상세한 정보가 보고서에 담겨 광범위하게 전파됐다”고 주장했다. 누네스 위원장은 “정보기관 보고서에는 트럼프 인수위에서 공개하지 않은 인사들의 명단도 추가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내용도 수집됐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누네스 위원장은 주장의 근거에 대해선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익명의 제보자들로부터 합법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밝힌 뒤 “해당 정보는 대선 이후에 수집됐고, 러시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누네스 위원장은 이틀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는 달리) 트럼프타워에서 도청은 없었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 하원 정보위 간사인 애덤 시프 의원은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누네스가 이를 발표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시프 의원은 기자들에게 “누네스 위원장은 그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 등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이끄는 위원장인지, 백악관의 대리인으로 행동하려는 것인지 정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별도 성명을 내고 “누네스 위원장이 백악관과 비정기적으로 자주 접촉해온 점은 그의 중립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며 “그는 러시아-트럼프 내통 의혹 등에 대해 정직한 조사를 이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궁지에 몰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누네스 위원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뒤 기자들에게 “그들이 발견한 (새로운) 사실을 높게 평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럼프는 자신이 제기한 오바마 도청 의혹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입증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도청#트럼프#미국#하원#정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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