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나의 중국 존중” 말 바꾼 트럼프의 美日회담

  • 동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아시아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등 안보 상황과 환율 등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4차례나 식사를 같이하며 골프도 친다. 아베의 선물 보따리에는 ‘70만 개 미국 일자리 창출’이 담겨 있었다.

그런 트럼프가 일본과 동북아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하루 전 전화 통화를 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달라는 시 주석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2월 “왜 우리가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하나의 중국’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손을 들어줘 중국의 분노를 촉발했던 사람이 트럼프 당선인이었다. 미국이 1979년 이후 양국 관계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선 이번엔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겠다고 말을 바꿔버린 것이다. 조만간 미중 정상회담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아베 총리와의 회담을 앞두고 시진핑을 끌어들여 중일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그 속에서 최대한 이익을 챙기겠다는 트럼프식 협상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나라의 명운을 가르는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 북핵과 대중(對中) 무역역조를 양안(兩岸) 문제와 연계시키면서 미중 관계를 뿌리째 흔들더니 불과 두 달 만에 시 주석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트럼프 아베 회담을 경계하는 중국을 달래며 중국도 끌어안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나라의 운명이 걸린 결정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트럼프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아베 신조#시진핑#하나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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