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 목소리 커진 美의회… ‘김정은 암살’까지 거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韓美 북핵 대응]美상원 북핵 청문회 강성발언 속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첫 한미 국방장관회담이 2일 예정된 가운데 미 의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암살이 공개적으로 거론돼 파장이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금기시됐던 김정은 암살이 거론될 만큼 워싱턴의 대북 기조가 초강경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북한 위협 대응: 정책 대안 검토’라는 주제로 개최한 정책 청문회에서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을 암살(assassination)하겠다는 전략에서 미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만큼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한국군이 마련했다는 김정은 참수 계획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마키 의원은 이어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에 대한 선제적 군사공격(preemptive action)이 한반도에서 핵전쟁 가능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섬세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유엔 주도의 대북제재는 중국의 비협조로 물건너간 만큼 체제 전복 등 보다 강력한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밥 코커 외교위원장은 “북핵 위협의 시급성은 우리에게 새로운 접근을 요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기존의 대북제재나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으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에선 중국과의 외교 갈등을 우려해 중국 기업에 대한 전면적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만 하다 시행하지 못했다.

 그는 이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탈북을 거론하며 “미국은 북한의 체제 불안정을 활용해 훨씬 체제전복적인(subversive)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 뒤 트럼프 행정부에 “발사대에 놓여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제공격할 준비는 하고 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같은 당 론 존슨 의원도 북한의 임박한 ICBM 발사 시험을 거론하며 “왜 지금까지 미국은 시험 발사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지 않는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라며 군사적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청문회에 나온 한반도 전문가들도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오바마식 접근으로는 북핵 대응이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협상으로는 북한 지도부가 핵 옵션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선 북한과 미국이 상호 관심사를 한꺼번에 타결하는 ‘그랜드 바겐’은 단지 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이란 이라크 등으로부터 ‘핵무기를 갖고 있어야 망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배웠다. 평화적 비핵화를 위한 기회의 창은 닫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날 처음 마련된 북핵 관련 의회 청문회는 워싱턴 조야에서 형성되고 있는 트럼프 시대 대북 정책의 방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CBM 시험 발사 등 북핵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와는 단절하고 북한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압박에 나서겠다는 것. 이를 위해선 김정은 암살이나 체제 전복 등 군사적 수단이 필요한 초강경 조치도 논의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게 지금 워싱턴 분위기다.

 청문회를 지켜본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이날 청문회만 봐도 북-미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앞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첫 해외 임무는 오바마 정부의 실패한 ‘아시아 재균형’을 수정하고 아시아에서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31일 지적했다. WSJ는 이어 “미국은 6·25전쟁 이후 아시아에서 지금보다 더 위험한 안보 상황에 처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으로 기우는 상황을 역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김정은#암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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